사설칼럼

[한국에살며] 편리함의 패러독스

추영준 입력 2017.09.13. 22:44

모든 것을 빠르게 척척 해나가는 한국생활에 익숙해 버린 나는 가끔 일본에 가면 답답할 정도로 느리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한국 사람들의 '빨리빨리'는 나쁜 길이 아닌 제대로 좋은 길을 빨리 가는 것이어서 하나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외국인이 살아도 이제 꽤 편리한 나라가 된 것 같다.

어느 정도의 생활이 확보가 되고 있는 선진국의 경우 1인당 GDP가 늘어나도 생활만족도가 올라가기는커녕 내려가 있는 것을 통계로 증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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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빠르게 척척 해나가는 한국생활에 익숙해 버린 나는 가끔 일본에 가면 답답할 정도로 느리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한국에 와서 ‘빨리빨리’ 소리를 듣는 나도 그랬는데 한국인이 가면 얼마나 답답해할까 상상이 간다. 한국 사람들의 ‘빨리빨리’는 나쁜 길이 아닌 제대로 좋은 길을 빨리 가는 것이어서 하나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외국인이 살아도 이제 꽤 편리한 나라가 된 것 같다. 길가에는 영어로 쓰인 표지판이 있고 기차나 마트에도 영어나 중국어로 방송이 나오고 쓰레기 버리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외국인이라도 불편하지 않게 생활할 수 있는 배려가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내가 한국에 살면서 편리하고 쾌적하다고 느낀 것은 무엇보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는 안전한 온돌이다. 한국의 대표적 음식인 김치도 꼽고 싶다. 김장김치는 담그기 어려워도 일단 끝내고 나면 여러 음식을 만들 수 있어서 좋다. 이 외에도 교통비가 비교적 싸서 급할 때 부담이 없이 택시를 탈 수 있는 것도 좋고 주민번호가 있고 주민등록증이 있다는 것도 편리하다. 실은 사람마다 번호가 있다는 것은 감옥에 갇힌 것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살다 보니 신분을 알리는 데 이것만큼 편리한 것도 없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30~40년 전 한국에 ‘의식주’라는 기본생활조차도 힘든 시대가 있었다고 하면 믿기 어려울 것이다. 그때는 모두가 물질이 풍부하기만 하면 행복하다고 믿었던 시대다. 그런데 지금은 고학력, 고수입, 사회적 지위를 얻었다 하더라도 마음의 쓸쓸함을 안고 사는 사람이 많다. 뉴스를 보면 한국도, 일본도 똑같이 괴롭힘, 자살, 이혼, 고독사 등의 슬픈 소식이 전해진다.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터린이 1974년 ‘행복의 패러독스’라는 연구를 발표했다. ‘행복의 패러독스’는 돈이 있는 것이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어느 정도의 생활이 확보가 되고 있는 선진국의 경우 1인당 GDP가 늘어나도 생활만족도가 올라가기는커녕 내려가 있는 것을 통계로 증명해 보였다. 현재 잘살고 있더라도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닌 경우 행복지수는 낮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이의 미래를 위해 좋은 학교를 보내고 좋은 직장 갖기를 바란다.

이렇게 물질은 풍부해도 미래가 불확실하고 마음이 항상 불안한 시대에서 많은 정보를 주고받거나 연락하고 싶을 때 바로 누군가와 연결할 수 있는 편리한 기계가 바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이 내린 판단과 정보로 따라가는 것은 차를 운전할 때만이 아니다. 스마트폰 버튼 하나로 많은 정보와 많은 사람의 의견이 오가고 있다. 나는 그 버튼이 무섭다. 그것은 마치 버튼 하나로 미사일 공격을 하는 것과 똑같이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 조종사가 말하는 것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전쟁 발발 막바지 무렵에는 일주일에 몇 번 적진 상공을 한 바퀴 돌면서 미사일을 떨어뜨리고 오는 임무가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우유배달과 같았다고 그는 말했다. 조종사는 기계가 정하는 곳에 버튼 하나를 누른 것뿐이고 그 떨어진 폭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실체가 없는 가상세계 게임도 아닌 우리 생활 속에서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져서는 절대 안 된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