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부적격' 파장]인사 시스템 실패 자인 부담감에 대법원장 임명동의 연동 문제도

손제민 기자 입력 2017. 9. 13. 22:10 수정 2017. 9. 1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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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문 대통령의 ‘복잡한 고민’ 뭔가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인천해양경찰서 전용 부두에서 열린 해양경찰의날 기념식 전 오진석 경감과 이청호 경사 흉상에 헌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진퇴 문제를 놓고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박 후보자까지 물러난다면 현 정부 들어 벌써 7명의 고위 인사들이 낙마하게 되는 것인 데다 청와대 인사라인의 책임론까지 부각될 수밖에 없고, 결국 이런 상황들은 국정동력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문 대통령은 우려하는 듯하다.

문 대통령은 13일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 방문 후 청와대로 복귀한 뒤 박 후보자에 대한 국회 논의 경과를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날 저녁까지 입장을 내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일 국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도착하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박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자질을 검증받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박 후보자를 감싸왔다. 하지만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부적격 의견을 담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면서 더 이상 결정을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청문보고서 결과를 존중하든지, 청문보고서 결과에도 임명을 강행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 인사팀은 이미 박 후보자 낙마에 대비해 후임자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고민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낙마한 고위 공직자 후보들과 달리 박 후보자의 경우 비정치인을 직접 청와대가 발탁했다는 점에서 인사검증 시스템 문제와 직결된다. 이 때문에 박 후보자 낙마는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 실패를 자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조현옥 인사수석, 조국 민정수석 등 인사·검증 라인에 대한 문책을 제기하고 있다. 박 후보자가 여당마저 돌아선 상태로 낙마할 경우 야당의 인사 ‘발목잡기’를 문제 삼을 수도 없다.

더 큰 문제는 박 후보자 거취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와 연동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등 보수 야당들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를 부결시킨 데 이어 김 대법원장 후보자의 진보적 판결 성향을 문제 삼아 부결을 벼르고 있다. 청와대가 우파 성향의 박 후보자를 낙마시킬 경우 보수 야당이 진보 성향인 김 후보자 임명동의를 부결시키는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김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에 주력하면서 박 후보자 문제는 자진사퇴하지 않는 한 최대한 결정을 미루는 쪽이 낫다고 판단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집권여당조차 반대하는 인사를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향후 국정운영을 고려하면 부담이다. 당장 문 대통령이 제시한 개혁입법, 인사 등에서 국회 협치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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