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척박한 삶 달래준건 노래"

이경은 기자 입력 2017.09.1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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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제이주 80년 고려인대회 함께 부르는 아리랑' 공연 2세 음악가 한야콥
'고려아리랑' 작곡자 고려인 2세 음악가 한야콥씨(75세)/사진제공=고려인 강제이주 80년 국민위원회


햇살 좋은 가을날인 1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작은 카페에서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협주곡 선율이 울려 퍼졌다. 유약한 듯 하지만 강인한 힘을 간직한 소리가가슴을 울렸다.

"우리 고려인들이 척박한 삶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고려아리랑'을 작곡한 고려인 2세 음악가 한야콥(75)씨의 말이다. 한씨의 부모는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했다.

국립고려극장 아리랑가무단의 단장이자 지휘자로 왕성한 활동을 해오고 있는 그는 고려인 강제 이주 80주년이 되는 올해 특별한 공연을 위해 고국을 찾았다. 한씨는 오는 17일 경기 안산에서 열리는 '강제이주 80년 고려인대회 함께 부르는 아리랑' 공연에 오른다.

"우리 부모님과 조상들이 겪은 고달픈 삶의 역사를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음악으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가 '고려아리랑'을 세상에 내놓은 것은 2년 전인 2015년 가을 무렵이었다. 아리랑은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사는 한민족 모두가 공유하는 음악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그는 한민족 이민사상 가장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고려인들을 위한 아리랑이 없다는 것이 부끄럽게 여겨졌다고 한다.

이내 고려인들을 위한 아리랑을 만들어 보급하면 후손들에게도 민족혼과 전통을 전승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나아가 구소련 붕괴 이후 각 독립국가의 소수민족으로 소속이 바뀌면서 약화한 고려인들 간의 유대감과 동질성을 회복하는 길이 된다는 생각에 곧바로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김병학 시인에게 작사를 부탁해 고려인의 연해주 생활과 강제이주 이래 중앙아시아에서의 80년의 삶과 역사를 담은 '고려아리랑'이 탄생했다. 3분 40초가량의 이 곡에는 그가 강조했던 고려인들의 역경 극복 의지와 미래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번 행사에서는 고려아리랑과 함께 '진도아리랑', '고향의 봄' 등이 울려 퍼진다.

이경은 기자 kele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