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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번 버스 기사, 아이만 내린 것 알았지만 세울 수 없었다

입력 2017.09.13. 18:26 수정 2017.09.14. 09:36

'240번 버스' 사건에서 해당 버스의 기사는 아이가 어머니와 떨어져 혼자 내렸다는 사실을 출발 10초쯤 뒤 인지했다는 버스 회사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 기사는 왜 버스를 세우지 않았을까? 240번 버스 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1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버스가 출발하고 10초쯤 뒤 교차로에 접어들었을 때 기사가 아이만 내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아이어머니를 하차시키다간 다른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다음 정류장까지 주행했다.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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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회사 관계자 "출발 10초쯤 뒤 인지했다"
"버스 세울 상황 안돼 다음 정류장까지 주행"
기사와 아이어머니 사이 욕설은 없었던 듯
비상 상황용 알림 장치·대응 매뉴얼 필요

[한겨레]

논란에 휩싸인 240번 버스. 이 버스는 해당 차량은 아니다.

‘240번 버스’ 사건에서 해당 버스의 기사는 아이가 어머니와 떨어져 혼자 내렸다는 사실을 출발 10초쯤 뒤 인지했다는 버스 회사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그러나 이 기사는 버스를 출발시킨 뒤 도중에 버스를 세울 수 없어 그대로 다음 정류장까지 주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 기사는 왜 버스를 세우지 않았을까? 240번 버스 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1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버스가 출발하고 10초쯤 뒤 교차로에 접어들었을 때 기사가 아이만 내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아이어머니를 하차시키다간 다른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다음 정류장까지 주행했다.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이것은 당시 버스 기사가 아이만 내렸다는 사실을 모른 채 다음 정류장까지 갔다는 버스 회사와 서울시의 기존 주장을 뒤집은 것이다.

실제로 건대입구역 정류장에서 아이가 먼저 내린 뒤 240번 버스는 직진하기 위해 바로 2차로로 접어들었다. 해당 도로의 맨 바깥 차로와 두번째 차로 사이엔 우회전과 직진 차로 분리대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버스 기사가 인도 쪽에 차를 대려고 해도 댈 수가 없었다. 또 해당 버스가 사거리에서 정차하지 않은 것을 볼 때 건대입구 사거리에는 직진 신호등이 켜져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문제점들로 인해 버스 기사는 아이만 내린 사실을 알았더라도 그대로 주행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가 해당 기사, 버스 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진행한 13일 현장조사에서는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버스 안의 폐회로티브이를 보면 아이가 내리고 몇 초 뒤 아이어머니가 세워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운전기사는 이미 2차로로 이동한 상태에서 10초쯤 뒤 이를 알아차리는 기색을 보인다. 그 뒤 30초쯤 지나서 버스가 다음 정류장에 섰다”고 말했다. 버스 기사가 아이만 내린 상황을 정확히 몰랐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아이가 먼저 내린 건대입구역 정류장.

■ 누가 욕설을 했을까? 아이어머니가 내린 뒤 기사가 어머니에게 큰 소리로 욕설을 했다는 최초 제보자의 주장은 시민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반대로 13일엔 아이어머니가 기사에게 욕을 하고 무리한 유턴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폐회로티브이를 확인한 해당 버스 회사 관계자는 “기사는 거의 입을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도 “아이어머니는 계속 내리는 문 옆에 서서 버스 기사 쪽으로 고개를 내밀고 소리쳤다. 유턴보다는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한 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이 욕설을 했다는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아이엄마가 내린 건대입구 사거리 정류장.

■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난다면? 서울시와 해당 버스 회사는 “이번 사건은 워낙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를 대비하는 조처를 취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박상길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강원지역버스지부장은 “해당 기사가 어머니의 요구에 따라 정류장이 아닌 곳에 버스를 세워 내려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러다 사고가 나면 운전기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기사는 이런 상황에 소극적·방어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지부장은 “서울시에 비상용 알림 장치와 비상시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겠다”고 했다.

글·사진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