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추락하는 남자'의 진실.. 16년째 물음표

박세원 기자 입력 2017. 9. 1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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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Times' 화면 캡처

2001년 9월 11일 AP통신 사진기자 리차드 드류는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패션쇼를 취재하고 있었다. 세계무역센터 북쪽 건물에 항공기가 충돌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들고 있던 사진기를 가방에 넣고 세계무역센터로 향했다.

혼돈의 현장에서 드류는 사진기를 어깨에 얹었다. 렌즈의 방향은 불 타오르는 뉴욕 '하늘'을 향했다. 북쪽 건물에 이어 남쪽 건물까지 쌍둥이 빌딩이 나란히 공격당한 상황에서 그는 빠르게 건물 고층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 촬영 도중 빌딩에서 사람들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일부러 추락 장면을 찾아 렌즈 맞추지는 않았다고 한다.

긴박한 테러의 순간이 지난 뒤 카메라에 찍혀 있던 사진을 확인한 그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한 컷을 발견했다. 바로 위의 사진 ‘추락하는 남자’를 촬영한 것이다. 이 사진을 찍은 드류는 도덕적 고민과 함께 사진 속 남성을 찾아 헤매는 끝없는 여정을 시작했다.

2001년 9월 12일 '뉴욕 타임즈' 1면

추락하는 남자의 사진은 다음날 미국 신문마다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3000명이 사망한 다음날이었다. 한 남성이 죽어가는 모습을 촬영해 보도했다는 이유로 언론 매체들은 비난을 면치 못했다. 잡지사 에스콰이어 작가 톰 주노드는 당시 “언론은 한 남성의 죽음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그들은 이 남성의 존엄성을 해쳤고, 사생활을 침해했으며, 비극을 외설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난이 지속되자 대다수의 미국 언론은 이 사진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드류는 사진 속 남성의 신원을 계속 찾아다녔다. 사진에 찍힌 남성의 모습이 워낙 작아 신원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검은색 바지에 흰색 재킷을 걸치고 있는 모습에서 북쪽 건물 107층의 고급 레스토랑 직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그 레스토랑의 직원 79명이 사망했다.

드류 외에도 토렌토 기자 피터 치니 역시 이 남성의 신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사진 속 남자는 레스토랑의 페이스트리 요리사 노베토 허난데즈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신원 확인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허난데즈의 두 남매는 노베토가 사진의 주인공이라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허난데즈의 어머니와 세 딸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들은 허난데즈가 빌딩에서 떨어져 내릴 만큼 나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베토의 아내 역시 악명 높은 이 사진을 유심히 관찰하고는 “이건 제 남편이 아닙니다”라고 했다. “제가 제 남편을 가장 잘 알아요”라고 덧붙였다.

2006년 제작된 다큐멘터리 ‘추락하는 남자’는 사진 속 남성이 43세 조나단 베일리라고 주장했다. 역시 같은 레스토랑 직원이었다. 조나단의 두 남매 티모시와 구웨돌린은 사진 속 남자가 자신의 형제라고 밝혔다. 구웨돌린은 조나단이 천식을 앓고 있었고 유독가스에 숨을 쉬기 어려워 빌딩에서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티모시 역시 당시 형을 찾기 위해 월드타워로 향했고 그때 형이 검은색 하이톱 신발을 신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사진 속 남성 역시 검은색 신발을 신은 채였다. 그는 “저는 제 형의 손과 발을 기억해요”라고 했다. 이에 구웨돌린은 “사진을 보자마자 오빠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 이 사진의 진실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16년 전 사진기자 리차드 드류가 촬영한 ‘추락하는 남자’는 그 날의 참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혹은 다른 이유로 시민들은 세계무역센터 창문 밖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 사진은 9·11테러 생존자들에게 그 날의 끔찍한 기억을, 희생자 가족들에게는 그 날의 절박한 심정을 떠올리게 한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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