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중앙은행 총재들 한 자리에..통화 스와프 논의할지 관심

하현옥 2017. 9. 13. 16: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3~14일 송도서 3국 중앙은행 총재회의
세계 경제 현안·각국 부채 현황 다룰 듯

총 스와프 체결액 중 46% 차지하는
한중 통화스와프 다음달 10일 만료
연장 논의 여부에 관심 집중돼
세계금융위기 당시 안전판 역할
한일 스와프는 외교갈등으로 중단
13~14일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제9회 한중일 중앙은행 총재회에의서 3개국 총재가 만난다. 사진은 2015년 회의에서 참석한 3개국 총재의 모습. 왼쪽부터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자료: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만난다. 13~14일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제9회 한·중·일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다. 3개국 중앙은행의 상호 이해와 협력을 증진하고 역내 경제와 금융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행사다.

14일 본회의에서는 각국의 부채 현황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관계자는 “세계금융위기 이후 누적된 부채가 3개국의 공통 관심 사항”이라며 “부채 비율은 높지만, 나라마다 그 구성요소는 상이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가계 부채 문제가 경제의 뇌관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중국은 기업 부채가 심각한 상태다. 일본의 고민은 정부 부채다.

3개국 총재 회의는 비공식 행사다. 모든 일정은 비공개다. 하지만 이 행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식 의제 때문이 아니다. 다음 달 10일 만료되는 한중 통화스와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까에 주목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한중 통화스와프 규모는 3600억 위안(약 560억 달러)이다. 다자간 체결된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M)에서 빌릴 수 있는 384억 달러를 포함한 총 계약체결액(1222억 달러)의 46%를 차지한다. 한중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통화스와프는 특정한 날짜나 기간(만기)을 정해 기간 내에 미리 약속한 환율에 따라 서로 다른 통화를 교환하는 외환 거래를 뜻한다. 원래는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파생상품 중 하나였다. 하지만 외환 위기와 세계금융위기를 거치며 각국 중앙은행 사이의 통화스와프 협정이 주목을 받게 됐다. 필요할 때 자국 통화를 상대방 중앙은행에 맡기고 그에 상응하는 외화를 빌려와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통화스와프 체결 현황. 자료: 한국은행
외화 부족으로 유동성 위기에 놓였을 때 외환보유액처럼 꺼내 쓸 수 있는 만큼 통화스와프는 외환 당국에는 ‘보험’의 성격이 강하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경험한 한국 정부가 통화스와프 체결에 앞장선 이유다. 통화스와프가 막강한 힘을 발휘한 것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다.

세계금융위기의 충격이 몰려오며 한국은 외화 유동성 위기설에 휩쓸렸다. 국내 금융시장도 패닉에 빠졌다. 고조되던 위기감을 일거에 날린 것이 통화스와프 협정이었다. 그 해 10월30일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뒤이어 일본ㆍ중국과도 각각 3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었다. 시장은 안정을 찾았다. 금융위기의 충격을 막는 ‘안전판’의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는 일은 쉽지 않았다. 미국은 협정 체결에 소극적이었다. 일본과 유럽연합(EU)ㆍ스위스 등 선진국과 협정을 체결했을 뿐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에 따르면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내다팔면 통화스와프 없이도 위기 관리가 가능하다”고 압박하자 미국이 통화스와프 체결에 동의했다.

일본이 냉담한 태도를 보이자 중국의 문을 두드렸다.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면서 각국 정부와 공격적으로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던 중국을 적극 공략한 것이다. 셰쉬런(謝旭人) 중국 재정부장에게 “한중 통화스와프가 기축통화로 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설득해 4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300억 달러로 늘렸다. 중국이 움직이자 일본도 입장을 바꿔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하지만 통화스와프라는 금융과 외환시장의 안전판은 점점 약해지는 모습이다. 2011년 700억 달러 규모까지 늘어났던 한일 통화스와프는 외교 갈등으로 규모가 점점 줄어들다 2015년 2월 전면 중단됐다. 올해 초 통화스와프 재개를 협의했지만 일본이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문제 삼아 일방적으로 협상 종료를 통보하며 무산됐다.

중국과의 협상도 녹록치는 않아 보인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심화하는 만큼 중국이 통화스와프를 연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과 정부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한은 측은 “3개국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한ㆍ중 양국의 특정 정책 문제가 공식 논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중 통화스와프와 관련해 “정부는 중국과 잘 협의해 (통화스와프를) 차질없이 연장시키는 게 방침”이라며 “현재 실무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