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제자리 찾기](4)SBS '더 레이서', 모회사 태영건설 홍보용?
[경향신문] ㆍ인제 스피디움서 촬영…제작비 쏟아붓고 7회 만에 종영
ㆍ노조, 윤 전 회장 배임 혐의로 고발 검토…OBS도 몸살
지난 9년간 망가진 것은 공영방송만이 아니다. 민영방송들도 정치권 눈치 보기와 ‘친정부 보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보도지침’ 파문으로 SBS 대주주인 윤세영 태영건설 회장이 SBS미디어그룹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대주주의 ‘방송 사유화’ 논란은 꺼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과거 SBS가 태영건설의 이익을 위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프로그램을 만든 전력 등을 거론하며 윤 전 회장 등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13일 SBS 노조는 노보에서 윤 전 회장의 지시로 태영건설에 유리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고 폭로했다. 노보에 따르면 윤 전 회장은 2015년 6월 자동차 3000만대 시대를 맞아 ‘모터스포츠 대중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인제 스피디움을 배경으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내보내라는 지시를 했다. 2014년 태영건설이 인제 스피디움 경영권을 인수하고 재무상태가 급속히 악화된 뒤였다. 이 지시 이후 <모닝와이드>, <런닝맨> 등의 SBS 간판 프로그램이 인제 스피디움을 배경으로 제작돼 방송됐다고 노조는 밝혔다.
당시 SBS는 토요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모터스포츠를 소재로 한 <더 레이서>(사진)라는 프로그램을 새로 편성하기까지 했다. 이 프로그램 역시 인제 스피디움에서 촬영했다. 노조는 “이 프로그램은 직전 예능 프로그램인 <스타킹>의 3배가 넘는 1회당 1억8000만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었으나, 시청자들의 외면 끝에 단 7회 방송으로 종영됐다”며 “주말 황금시간대였음에도 평균 시청률은 2.7%, 광고판매율은 13%에 그쳐 SBS 경영에 큰 손실을 끼쳤다”고 밝혔다.
같은 해 SBS는 강원도와 세계자동차경주대회(WRC) 유치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고 인제 스피디움 숙박권을 구입해 직원들에게 뿌렸다. 노조는 또 “태영건설이 광명 역세권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는 SBS 임원들이 광명시의 관심 분야인 광명동굴 관련 사업을 위해 대거 현장을 방문하고 지원방안을 모색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그간 경영진이 수도 없이 불법, 탈법 경영 행위를 저질러왔음을 확인했다”며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윤 전 회장 등을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BS 측은 이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만 밝혔다.
윤 전 회장은 지난 11일 아들인 윤석민 부회장과 함께 동반 사퇴를 발표하며 소유와 경영을 완전 분리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사 임면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사를 강조한 것은 형식상으로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수용을 거부했다.
대주주와 사원들이 대립해온 또 다른 민영방송 OBS에서도 경영진이 사의를 표했다. 전국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에 따르면 김성재 부회장, 최동호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12일 노조에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OBS는 지난 4월 경영난 이유로 직원 13명을 정리해고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판정하자 OBS는 지난달 1일 해고를 철회했지만 아직까지 이 직원들은 자택 대기발령 상태다. 노조는 “현 경영진은 조직을 파탄시키고 정리해고까지 밀어붙인 책임이 있다”며 “방송을 정상화할 대규모 투자와 소유·경영의 분리, 전문경영인 영입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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