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백명 청탁자가 1천명 채용 부탁"..강원랜드는 '청탁랜드'

2017. 9. 1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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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3년 채용 때 무슨 일이
#염동열 지역사무실
태백시의원, 조카 등 2명 탈락에 항의
당시 목격자 "본인이 부탁한 애들
왜 떨어졌냐며 1시간 가까이 따져"

#누가 청탁을 하나
내부 임직원·사외이사·지역 시도의원
언론사·경찰·상인회·번영회 인사까지
"지역서 한가락 하는 자들" 증언

#누구 '빽'이 더 센가
'합격자 95%가 빽' 드러났지만
청탁하고도 떨어진 사람도 수백명
"진짜 좋은 빽은 입사뒤 보직 청탁"
[한겨레]
또 강원랜드다. 2012~13년 빚어진 대규모 신입 부정채용 사건. 두번째 주인공은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 강원랜드는 그의 지역구에 있다. 혹여 서운했을까. 언제부턴가 강원랜드가 강릉 출신 득세로 ‘강릉랜드’라 불렸다. 강릉은 강원랜드 ‘청탁 명단’에 오른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역구. 그래도 안팎에선 “염 의원 쪽 청탁 대상자가 더 많았다”고 말한다. 아, 청탁이 일상이고 권력이라면, 실력은 죄다 가짜. 뽑는 수를 넘어선 청탁. 청탁끼리 다투게 했다. 심부름은 드러났지만 청탁자는 숨어버렸다. 이번 기사는 강원랜드에서 취재한 ‘청탁의 구조’다. 제보 (02)710-0692, discover@hani.co.kr
강원랜드컨벤션호텔 지하 1층. 왼쪽 푸른 빛깔이 새나오는 쪽이 카지노 출입구다. 박유리 기자 ejung@hani.co.kr
기자 : “청탁자는 ○○○…□□□가 전부입니까? 청탁 합격자가 500명 정도란 거잖아요.”

강원랜드 관계자 : “무슨요, 청탁자만 4~5백명 됩니다. 제가 아는 사람만 100명 정도고, 청탁대상자는 1000명대예요.”

기자 : “21세기 백주대낮에 국내 대표 공기업에서 어떻게 그럴 수 있죠?”

강원랜드 관계자 : “6명까지 청탁자가 겹치는 응시자도 봤어요. 바깥 사람은 이해 못해요. 강원랜드가 그런 뎁니다.”

강원랜드는 2012~13년 두 차례에 걸쳐 신입사원(1·2차 교육생)을 공모 채용한다. 필기시험 없이 두해 동안 뽑힌 교육생 518명 가운데 493명이 “내·외부 인사의 지시, 청탁에 의거하여 별도 관리된 인원”이라는 게 강원랜드 공식 감사결과(2015년말)다. 그밖에 200명 넘는 응시자도 청탁대상자였으나 불합격되었다고 강원랜드 감사실은 지적했다.

하지만 이조차 일부라는 증언이 나온다. 주로 강원도 의원들이 결부된 것처럼 인근 지역의 입김이 셌다. 강원랜드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에 “400명 넘는 청탁자가 1000명 가량의 채용을 부탁했다”며 “특히 지역에서 한가락하는 사람들은 이전부터 그랬다”고 밝혔다.

내부 임직원, 사외이사, 주변 시도의원, 지역언론사, 경찰, 지역상인회나 번영회 인사 등이 청탁 무리로 꼽힌다. 강원랜드가 부여받은 ‘폐광 지역 진흥’이 이들의 ‘권력’인 양 불법·편법적으로 활용된 셈이다. 강원랜드 내부 감사나 검찰 조사에선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점이다.

종국엔 지역 주민들끼리 ‘청탁 경쟁’을 벌이며 갈등하게 한다.

강원랜드 1·2차 신입공채 전형 중 한 태백시의원은 염동열 의원(자유한국당)의 태백시 지역구사무실을 찾았다. 이윽고 사무실에선 두 남성의 말싸움이 터졌다. “형님, 저 같으면 그렇게 안합니다!” 시의원과 그보다 나이많은 염 의원 보좌관간 다툼을 지켜보던 사무실 여성 직원의 증언이다.

발단이 강원랜드였다. 태백시의원은 제 조카 등 2명을 염동열 의원실을 통해 강원랜드에 채용 청탁했으나 각기 면접, 서류전형에서 떨어졌다. 이에 보좌관을 상대로 직접 항의방문한 것이다. 당시 사무실 직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시의원이 찾아와 본인이 부탁한 아이들이 왜 떨어졌느냐며 여러 차례 소리지르고 항의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해당 시의원은 청탁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내가 염 의원에게 청탁했다면 (조카가) 떨어졌겠느냐”면서도 “염 의원 지역사무실에 자주 들렀고 보좌관도 많이 만났다. 조카가 강원랜드에 떨어진 데 대한 서운함을 얘기할 수는 있지만, 청탁을 안 들어줬다고 항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강원랜드 카지노 내부 모습. 강원랜드 제공

2013년 강원랜드 한 정규직 직원은 스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교육생 공모에 지원한 여성에게 채용을 미끼로 키스를 요구하는 성희롱 문자 따위를 수십차례 보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강원랜드 핵심 관계자는 “그 직원이 실제 청탁까지 하진 않았던 것 같다”고 했지만, 청탁이 지역사회에서 일상이자 권력이 되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다.

<한겨레>는 당시 ‘청탁 명단’에 오르고 실제 점수조작까지 되어 합격한 강원도 영동지역 출신자들 또는 그들의 부모 8명 이상과 직접 접촉했다. 지역 △△번영회장의 아들은 서류탈락자였으나 16점을 더 받아 최종합격했다. 평창 자영업자 박아무개씨는 염동열 의원실에서 접수시킨 청탁 명단에 포함된 이로 그의 아들은 인적성 평가 점수가 낮아 면접을 볼 수 없었으나 구제됐다. 모두 카지노 딜러로 일하는 중이다. 국회의원이나 청탁 부모, 부정취업한 당사자들 누구도 청탁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역시 막상 실무 역량이 뛰어나도 더 큰 뒷배를 지닌 이들에게 내몰릴 수 있다. 실제 “진짜 좋은 ‘빽은’ 카지노나 호텔에서 일하고 싶어하지 않은 자들”이라거나 “입사 뒤엔 보직청탁을 한다”는 게 강원랜드 관계자의 얘기다.

강원랜드 안팎의 지역민들은 폐광지역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특성을 채용시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시에 강원랜드 한 고위 관계자는 “다들 강원랜드를 뜯어먹는 고기로 생각하고 살았다“며 “이번을 계기로 강원랜드 주변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강원랜드는 대규모 부정채용 사건 이후 ‘폐광지역 50% 할당’을 제도화했다.

최흥집 당시 사장은 지난달 29일 4차 공판 뒤 <한겨레> 기자를 만나 “검찰에서 다 말했다. 지금 재판 중이라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임인택 최현준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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