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文대통령 "마지막 각오로 人事 임하라" 靑인사팀 질책

정우상 기자 입력 2017.09.13. 03:10 수정 2017.09.1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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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수석 회의서 당부했는데도.. 멈추지 않는 '인사의 亂']
- 심경 복잡한 청와대
"김이수 부결 분노"라면서도 "협치 위한 노력 계속될 것"
- 與서도 "국정운영 방식 바꿔야"
"인사·입법·예산 문제 풀려면 여소야대 현실 인정해야"
조현옥 인사수석(왼쪽), 조국 민정수석.

청와대가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등 계속되는 인사(人事)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청와대는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지난 11일 야당을 향해 "무책임의 극치" "다수의 횡포"라며 화를 냈다. 이어 12일에도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야당에 분노한다"고 했다. 그러나 야당을 비난하기만 하는 것으로는 문제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거기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여당 반대로 낙마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박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야당 탓'을 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협치 노력은 계속하겠다"며 비난 수위를 조절하기도 했다. 정기국회의 문턱에서 청와대가 인사 문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계속되는 인사 논란과 관련해 최근 조현옥 인사수석, 조국 민정수석 등 인사 관련 청와대 참모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인사 원칙과 검증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라" "인재 풀(pool)을 확보하라"는 일반적 지시와 함께, 인사 라인에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상당히 엄하게 질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 당부 이후에도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있다. 통과를 기대했던 김이수 전 헌재소장 후보자가 낙마했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해선 '사법부 코드 인사'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은 김이수 전 후보자보다 김명수 후보자의 '이념 편향'을 더 문제 삼고 있다. 김명수 후보자까지 부결되면 문 대통령이 추진했던 '헌재소장 김이수, 헌법재판관 이유정, 대법원장 김명수'라는 구상이 완전 붕괴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청와대는 "분노" "다수의 횡포" "정략의 경연장"이라며 야당을 비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더 노력하겠지만 여야 대표 초청 청와대 회동이 현재로서는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당분간 여야 간 냉각기를 예고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북핵 위기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번 주 중 각 당 대표들과의 회동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이렇게 야당 탓만 하기에는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다. 야당을 자극할 경우 '인사 대란'은 악화되기만 하고 정기국회 파행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협치를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며, 여·야·정 협의체 구성도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박성진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 기류도 다소 복잡해지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어떻게 입장을 정리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내 기류는 박 후보자 임명 불가 기류가 강하다. 민주당은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13일로 미뤘는데, 사실상 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청와대에 '임명 불가' 의견을 전달하면 청와대는 박 후보자의 자진 사퇴 형식으로 지명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안경환·조대엽 후보자 등 자진 사퇴의 경우 "후보자들의 의사를 존중한다"며 '제3자적'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박 후보자의 경우는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박 후보자는 정치권에 인연이 없는 사람을 청와대가 어렵게 설득해 장관 후보자로 영입한 경우다. 이제 와서 "문제가 있다"고 사퇴시키면 청와대가 직접 '인사 책임론'과 '인사 라인 개편론' 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어 쉽게 결정을 못 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야당과의 협치가 필요하지만 문제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對)국회관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국회와의 협치를 강조했지만 한편으론 국회로 상징되는 간접민주주의, 대의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강조했다. 취임 직후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국정교과서 폐지 등 논쟁적 문제를 국회에서의 토론 없이 '업무 지시'라는 형태로 진행했고, 고공 행진을 해온 지지율로 이를 버텨왔다. 그러나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한 인사와 입법, 예산 문제를 풀려면, 여소야대(與小野大)의 현실을 인정하고 청와대와 여당의 국정 운영 방식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