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70대 喪主 "장례 치르다 내 무릎 나갈라"

최아리 기자 입력 2017. 9. 13. 03:09 수정 2017. 9. 1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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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객과 맞절 대신 묵례.. 빈소 안 차리는 경우도 많아
- 日선 '드라이빙 스루 장례식장'
나이 많아 거동 불편한 조문객.. 차에 탄 채 영정사진 보며 추모

지난 6일 경기도 안성 성혜원장례식장. 한 빈소에선 조문객들이 영정에는 절을 했으나 상주와는 맞절을 하지 않았다. 고인(故人)의 나이는 여든아홉. 상주들도 대부분 60~70대 이상이었다. 한 상주는 "종교적 이유로 맞절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무릎이 너무 아파 정중히 인사만 건넸다. 조문객도 모두 이해한다"고 했다.

고령화가 장례식 풍경을 바꾸고 있다. 맞절을 안 하는 빈소가 늘고, 빈소를 차리지 않는 '작은 장례식'을 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12일 서울대병원·신촌세브란스병원 등 서울 주요 장례식장 15곳에 마련된 전체 빈소 107곳을 확인해 보니 고인(故人) 나이 90세 이상이 23개였다. 상주 대부분이 60대였다.

고령의 상주들은 '작은 장례식'을 선호한다. 사회생활에서 은퇴한 지 오래돼 조문객이 적기 때문이다. 30~40대 손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오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 5월 조모상을 당한 이희진(42)씨도 장례식 대신 부고 문자만 돌렸다. 이씨는 "아버지도 빈소를 차리지 않는 것에 동의했다. 납골당의 위치만 알렸다"고 했다. 서울적십자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장례식이 체력적·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빈소는 차리지 않고 영안실에 시신을 안치했다가 장지로 곧장 가는 경우가 제법 많다"고 했다.

밤샘 조문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10일 오후 11시 서울 순천향대학병원 장례식장에는 빈소 4곳이 마련됐다. 복도 양옆에 화환은 있지만, 오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빈소 3곳은 안내 자리에 사람이 없었다. 2층 빈소 한 곳에서만 검은색 상복을 입은 유족 3명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부친상을 치르는 김모(56)씨는 "어머니는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일찍 들어가서 쉬고 계신다"며 "요즘은 새벽 조문이 민폐"라고 했다. 과거에는 상주를 위로하기 위해 밤새워 빈소를 지키는 것이 예의였지만 최근에는 장례식장 차원에서 상주를 보호하기 위해 밤 늦은 시간에 조문객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국보다 고령화가 먼저 진행된 일본에서는 '드라이빙 스루 장례식장'까지 등장했다. 일본 관혼상제 '아이치 그룹'은 오는 12월 고령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조문객이 차에서 내리지 않고 영정사진을 보며 추모할 수 있는 장례식장을 만든다.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유족들 연령대가 높아 우리도 이런 장례식장 도입을 고민했지만, 아직 한국 정서에는 맞지 않아 보류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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