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에서 적폐..MB '사면초가'

정환보·정대연 기자 2017. 9. 1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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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블랙리스트 돌출에 BBK·‘사자방’ 등 다시 떠올라
ㆍ내달 국정감사, ‘5공 청산’ 때와 유사한 양상 예고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의 칼끝이 이명박 전 대통령(MB)으로 향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선거·정치 개입에 이어 ‘MB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가 새롭게 불거지고, BBK 실소유주 논란까지 다시 부상하는 등 사방에서 검찰 수사가 죄어들 수 있는 ‘사면초가(四面楚歌)’의 형국이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지난 11일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조사결과 확인된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작성한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 문서에 담긴 82명의 명단을 일부 공개했다. 12일 추가로 알려진 명단에는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 탁현민 현 청와대 선임행정관, 배우 권해효·문소리·이준기·유준상씨 등이 포함됐다. 영화감독 여균동·박광현·장준환씨 등과 방송인 노정렬·박미선·배칠수씨, 가수 안치환·양희은·이하늘씨 등도 명단에 있다.

이동관, 권재진, 정인철(왼쪽부터)

당시 청와대가 ‘좌파 연예인 비판활동 견제 방안’ 등의 문서를 수시로 내려보냈고, 국정원이 ‘좌파단체 제어·관리 방안’ 등을 ‘VIP(대통령) 일일보고’ 등의 형태로 보고했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당시 청와대·국정원 관계자들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간접 조사는 불가피해졌다.

검찰은 이날 수사팀 확대 검토 의사를 밝혔다. 당시 블랙리스트에 의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의 고소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수사는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최종 책임자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하면 예외없이 조사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의에 “법에 따라서 엄정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민간인 댓글부대’ 동원 의혹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 수사팀의 사이버 외곽팀 활동자금 지급 영수증 분석 결과에 따라 국정원 간부의 횡령 또는 배임 혐의도 드러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지시 정황이 증거로 발견될 경우 폭발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에서 흐지부지됐던 ‘사자방(4대강 사업·자원외교·방위산업)’ 비리도 전면적인 재조사가 진행 중이거나 준비되고 있다. 4대강 사업 재감사에 들어간 감사원은 지난 6월 업무보고에서도 이명박 정부 해외자원개발, 국방 방산분야 등에 대한 과거 감사결과를 정리·보고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1호 대형 수사로 주목받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수사도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표적인 방산비리다.

2007년 대선에서 일단락된 듯했던 투자자문회사 BBK 실소유주 논란도 다시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검찰 수사 기록에 LKe뱅크가 (BBK 주식 매입 대금으로) 2001년 2월 이 전 대통령 계좌에 49억9999만5000원을 입금했다고 나와 있는데도 검찰은 이를 발표에서 누락했다”며 “부실수사를 넘어 은폐수사 의혹”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무책임한 의혹 제기에 유감”이라며 “2007년 11월 이 계좌 거래가 여러 차례 보도됐으며, BBK 주식 매입 대금이 아니라 이명박 당시 후보가 보유하던 LKe뱅크 주식 매각 대금”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주변에 대한 총체적 규명 요구가 커지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실시되는 다음달 국정감사가 1988년 ‘5공화국 청산’ 국감과 비슷한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환보·정대연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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