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진상규명은 생각보다 오래 걸려"
[경향신문] ㆍ13일부터 ‘세월호 아카데미’ 여는 국민조사위 박영대 상임연구원
“사람들은 ‘세월호는 인양됐고, 이제 미수습자가 돌아오면 다 끝나겠구나.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곧 진상이 밝혀지겠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끝난 게 아닙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세월호 아카데미’를 준비 중인 4·16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국민조사위) 소속 박영대 상임연구원(40·사진)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한 사무실에서 진행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국민조사위는 박근혜 정부가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특조위)를 무력화시키자 유가족과 시민단체, 학계 전문가 100여명이 지난 1월 꾸린 민간차원의 조사기구다. 박 연구원은 서울대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세월호 참사를 연구하다가 국민조사위에 합류했다.
박 연구원 등 국민조사위 연구원들은 최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각종 쟁점을 총망라한 <세월호참사 팩트체크-밝혀진 것과 밝혀야 할 것>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박 연구원은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선령 규제완화, 과적·고박 문제, 자본의 탐욕, 해양경찰의 무능, 선원의 이기심이 세월호 참사를 만들었다는 통념이 있다”면서 “과연 이 정도로 세월호 참사가 설명이 가능한가. 이게 전부라면 이미 진상규명은 된 거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아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아직도 모른다’가 답이다”라고 말했다.
국내외 각종 사건사고에 대한 각국의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을 비교 연구 중인 그는 “진상 조사는 기존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심하고 진상규명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 한국 사회도 군사정권에서 벗어난 지 오래지만, 아직 5·18민주화운동의 진상도 다 밝혀내지 못했다”면서 “2기 세월호특조위가 시작되더라도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완전히 밝히는 일은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그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아카데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2기 세월호특조위가 어떤 성과를 낼지는 국민 여론에 달렸다”며 “그러려면 일반 국민들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지식 수준이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실규명이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래 버티려면 국민들의 지지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아카데미는 13일부터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4·16연대 사무실에서 진행된다. 아카데미는 총 7회의 강연으로 구성됐다. 세월호특조위 조사관, 국민조사위 연구원, 유가족들이 강사로 나선다. 침몰, 구조, 인양, 국가정보원 개입 의혹, 정부의 진상규명 방해, 언론보도 문제, 유가족의 투쟁 등을 논의하며 <세월호참사 팩트체크>가 강의 교재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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