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장 김창수’, 존엄 받아 마땅한 이 땅의 평범한 모두에게 (종합)

2017-09-12 17:33:14

[김영재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조진웅이 김창수로 돌아왔다.

영화 ‘대장 김창수(감독 이원태)’의 제작보고회가 9월12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이원태 감독, 조진웅, 송승헌, 정만식, 정진영이 참석했다.

‘대장 김창수’는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이고 사형 선고를 받은 청년 김창수가 인천 감옥소 조선인들 사이에서 대장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MBC ‘아름다운 TV 얼굴’과 ‘신비한TV 서프라이즈’ 등을 기획 및 연출했고, 영화 ‘파파’와 ‘가비’ 기획에 참여한 이원태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라는 점이 화제를 모은다. 또한, 이원태 감독은 김탁환 작가와 함께 ‘조선마술사’의 원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던 바 있는 충무로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이원태 감독은 “정말 만들고 싶었다. 오랫동안 준비를 했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자체가 영광이다”라며, 또한 그는 “역사로 영화를 만들면 재구성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재구성을 하면 직무유기라고 생각했다. 재구성을 해도 기본 지식과 감성과 시대 정신을 안은 상태에서 재구성을 해야 명분이 생긴다. 그런 의무감에 사로잡혀서 내가 공부를 할 수 있는 만큼 다 했다”라고 ‘대장 김창수’를 쉬이 만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원태 감독은 “내 대표작이 지금까지는 ‘신비한TV 서프라이즈’다. 2002년에 만들었고, 15년이 지났다. 아직도 계속 나를 띠라다니더라. 그런데 그 기간 중 10년은 영화를 했다. 하지만 여전히 ‘서프라이즈 감독’이라고 많이 소개되고 있다”라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영화 일을 10년 가까이 꾸준히 해왔다. 기획, 제작, 소설, 원작 등을 해왔다. 그 시간 동안 정말 버리지 않고, 버릴 수 없는 것이 감독이었다. 그 과정이 지나서 ‘대장 김창수’가 첫 작품이 됐다. 명실공히 ‘대장 김창수’는 나의 첫 영화다. 그만큼 소중하다.”

조진웅이 감옥 안 죄수들의 대장 김창수 역을, 송승헌이 감옥을 지옥으로 만든 소장 강형식 역을, 정만식이 감옥에 자신만의 세상을 만든 남자 마상구 역을, 정진영이 김창수가 감옥에서 만난 스승 고진사 역을 맡았다. 이 밖에 유승목이 인천 감옥소의 기회주의자 이영달을, 곽동연이 점점 김창수에게 감화되는 어린 소년 간수 최윤석을 연기하며 극에 힘을 보탰다.

현장의 주인공은 조진웅과 이원태 감독이었다. 3월 개봉작 ‘해빙’에서는 타인의 살인 고백을 들은 승훈 역을, 5월 개봉한 ‘보안관’에서는 서울 사업가 종진 역을 맡았던 그는 ‘대장 김창수’에서는 호국 영웅 김구의 청년 시절을 연기한다. 이와 관련 ‘해빙’의 누적 관객수는 120만 4천600명, ‘보안관’의 누적 관객수는 258만 8천617명이다. 곤궁기라고 표현되는 2017년 상반기 한국 영화계에서 두 작품 모두 손익 분기점을 넘은 상황. 이 가운데 조진웅이 관객을 마주하는 2017년 세 번째 개봉작은 과연 어떤 성적을 거둘지. 또한, 브라운관과 스크린 모두에 경험을 갖고 있는 이원태 감독은 ‘감동 실화’로 홍보되고 있는 역사의 극화에 무슨 입장을 견지하고 있을지. 취재진은 질문을 쏟아냈다.

#인간 김창수


극중 김창수는 나라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은 청년으로 나온다.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이고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후회하지 않고, 감옥에서 모진 고문을 당해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감옥소의 삶은 의미 없다고 생각했지만, 억울하게 고통 받는 조선인들을 마주한 뒤로 어느 순간 그의 가슴은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김창수를 연기한 조진웅은 “고생스러웠던 인물이다”라며 웃음을 모은 뒤, “안하무인 성격이 있다. 타협을 잘 안 하는 불굴의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고 나는 해석했다. 하지만 말이 안 통하고, 답답하고, 약간 배운 것도 없는 그런 인물이다”라고 김창수를 소개했다.

더불어 조진웅은 “정말 많이 맞았다. 모든 배역에게 다 맞았다. 후배 배우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즐기더라. 분명 감독님께서 컷을 했는데 계속 나를 밟았다. 어쨌든 작업 당시에는 ‘이걸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고생스러웠다”라는 말 뒤에 “인물 자체는 고난을 헤쳐나가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조진웅은 김창수를 “단 1초만이라도” 만나고 싶었다는 말로 관심을 모았다. “‘명량’이라는 영화를 할 때 최민식 선배님께서 고민을 하다가 ‘단 1초만이라도 그 사람 발끝이라도 보고 싶다’라고 하셨다. 그 당시 상황을 알 수 없으니까. 그런데 나도 마찬가지였다. 재현해 내는 배우로서 간절한 바람이었다.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을 상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죄스러웠다. 그래서 고스란히 담기 위해 모든 스태프가 함께 노력했다.”

#배우 조진웅


이날 현장에서 이원태 감독은 김창수 역에 조진웅만 떠올렸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3, 4년 전에 시나리오 초고를 쓰고 장원석 대표에게 전화를 했다. ‘김창수 역에 조진웅을 생각한다. 이 분하고 같이 일을 하면 좋겠다’라고. 그런데 이어지는 대답이 ‘어? 지금 진웅이 만나러 가는데?’였다. 진웅 씨를 만나러 가는 길에 전화를 받은 셈이다. 진웅 씨가 캐스팅 된다는 기대는 있었지만, 솔직히 반반이었다. 첫 캐스팅 결정되고 미팅하는 날 머리부터 발 끝까지 옷을 새로 사서 입고 갔다. 내 바람대로 잘 된 것이 신기하고, 잘 보여야 될 것 같고. 그런데 그날 진웅 씨도 그랬다. ‘감독님 뵈려고 새로 사서 입고 왔다’라고.”

더불어 이원태 감독은 조진웅 캐스팅 이유로 우직함과 강함 그리고 섬세함을 이유로 꼽았다. “처음에 시나리오 쓸 때 (조)진웅 씨 사진을 붙여놓고 썼던 이유가 있다. 조진웅이란 배우는 김창수와 비슷한 점이 있다. 우직함, 물러서지 않고 돌아가지 않고 직진할 수 있는 우직함. 그 다음에 남자의 사내다움, 강함.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직함과 강함을 가진 섬세함. 세 가지를 모두 가진 배우라고 생각했다. 세기만 하면 견딜 수 없는 감옥이라는 거친 세상에 들어와서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순간을 표현해야 했다. 따듯한 카리스마를 가진 배우다. 고생을 정말 많이 시켰다. 촬영장에서 좋으면서도 미안하고 그랬다.”

이에 조진웅은 “이 말이 제일 중요하다. ‘캐스팅해서 고생을 시켰다’가 중요하다. 다 필요 없고, 고생한 부분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덧붙여 현장의 모두를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다.

#역사와 논란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이원태 감독은 “고증을 바탕으로 하되, 영화적 상상력에서 배우들이 마음껏 연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던 바 있다. 기자도 이해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최근 영화 ‘군함도’를 비롯 국내 관객은 역사의 상업적 이용에 굉장히 엄한 기준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 더불어 김창수가 감독에 갇히게 된 치하포 사건은 논란이 많다. 김창수가 국모 시해범을 살해한 것이 맞는지, 시해범이 아닌 일본인 상인을 죽인 것이 맞는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인 것. 역사를 스크린에 불러오는 것에 관해서 그리고 그 역사가 논란이 많은 역사라는 점에서 이원태 감독의 생각이 궁금했다.

이원태 감독은 “역사를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만드는 사람에게 엄청난 부담이다. 재구성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구성을 하지 않는다면 영화가 아니고 좋은 다큐멘터리일 것이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알고 재구성하고, 그 재구성하는 데 의도가 있고, 재구성된 것이 관객 분들에게 새로운 의미와 메시지를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 있어서는 계속 두렵고, 지금도 두렵다. 물론 영화를 보신 분들께서 칭찬을 해주실 수도 있지만, 비난을 하실 분들도 계시다고 생각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역사적 배경을 다룬 영화가 필연적으로 지니게 될 논란의 가치를 강조했다. “김구 선생님이 수형 생활을 생애 두 번 하신다. 두 번째 수형 시절에 겪었던 에피소드가 이 영화에 들어와 있기도 하고, 그 시대를 표상하는 가공의 인물을 넣기도 했다. 순간마다 두려웠지만, 이유가 있었다. 어차피 이 영화가 개봉해서 세상으로 나가면 많은 감독님들과 평론가 분들이 평을 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군함도’ 논란이든 어떤 영화의 실재와 허구의 논란이든 논란 자체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몰랐던 이야기를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것이 사실이고 어떤 것이 허구로 들어와 있는지를 알게 되고. 우리 보시는 분들의 지적 상상력이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으로, 그런 사명감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이원태 감독은 “너무 숙연해지는 이야기가 된 것 같다”라는 말로 분위기를 환기시킨 뒤 치하포 사건을 언급했다. 자칫 한 쪽으로 치우치는 바람에 외적으로 소모될 수 있는 영화의 배경을 현실 반영으로써 돌파했다고. “예고편에는 김창수라는 청년이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인다고 나왔지만,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영화 본편에서는 그렇게 주장하지 않는다. 논란이다. 지금도. 백범일지에는 김구 선생님이 육군 장교를 죽였다고 적혀 있다. 또 대마도의 상인이라는 일본 측 주장도 있다. 그 논란은 영화에도 그대로 있다. 그 사람이 명성황후를 죽인 살인자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김창수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세상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영화 내용은 그렇다.”


제작보고회 중간 조진웅은 이원태 감독의 이야기에 다음을 덧붙였다. “대장. 김창수 대장이다. 대장 김창수가 되어가는 과정을 영화는 이야기한다. 처음에 감독님께서 시나리오를 주셨을 때 못한다고 했다. 김구 선생님의 후광이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후 영화를 선택했다. 이유는 나의 깜냥 때문이 아니다. 평범하고 천한 이 사람이 대한민국 주석이 되어서 독립의 큰 몫을 하게 된다. 그리고 구국의 아버지가 된다. 천하고 평범한 사람.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그 누구라도 천하고 평범하나 슈퍼 히어로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그 삶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삶은 소중하고, 우리 각자 모두가 인간으로 존엄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에 포인트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서 시나리오를 선택했다.”

관객의 다수는 슈퍼 히어로에 열광한다. 그리고 기저에는 슈퍼 히어로가 되지 못하는 현실을 타파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가지지 못한 것을 소원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이고, 영화는 욕망을 채워주는 좋은 도구다. 이 가운데 조진웅을 비롯한 출연진은 ‘진정성’ ‘맑은 마음’ ‘평범과 존엄’ 등의 표현으로 영화를 취재진에게 소개했다. 평범한 이가 거듭나는 과정, 게다가 실존 인물의 성장 속에서 관객은 무엇을 얻을 것인가. 과거 익히 경함한 바람의 현실화일까 아니면 조진웅이 언급한 것처럼 내재된 발전 가능성 내지는 존엄 받을 이유일까. 청년 김창수가 대장 김창수가 되기까지의 영웅담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자신에게 질문과 물음표를 던질 준비를 해야겠다. ‘대장 김창수’는 10월19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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