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채용 비리' 석유공사 사장..커지는 사퇴 압박

고영득 기자 2017. 9. 1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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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 채용 관련 비위 행위가 적발된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사진)에 대한 사퇴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김 사장 본인이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하지만 감사원으로부터 인사 조치를 요청받은 정부가 사퇴를 압박하는 분위기여서 김 사장은 뜻대로 임기를 채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아직 사임 요구를 받지 않았다. 사장 교체 여부는 전적으로 인사권을 가진 정부의 고유 권한”이라며 “그러한 당연한 권한을 행사하면 될 일을 왜 사장을 파렴치한 사람으로 만들어 내쫓으려 하느냐 하는 것이 나의 문제의식”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감사원으로부터 비위 행위가 적발된 김 사장과 백창현 대한석탄공사 사장, 정용빈 한국디자인진흥원장 등 3명에게 사직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김 사장은 또 “이제라도 교체가 필요하면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후 정부의 필요로 사임을 요청했다고 정부가 발표하면 될 일”이라며 “(하지만) 마치 석유공사 사장이 큰 비리를 저지른 파렴치한 같이 만들어 놓고 사임을 요구하면, 나의 생각에 반하여 절차에 따라 해임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사원이 지난 5일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 등 조직인력 운영 실태’에 따르면 김 사장은 취임 직후 자신의 과거 직장과 학교 후배들을 1급 상당 계약직으로 채용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감사원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김 사장의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김 사장은 당시에도 페이스북에서 “나의 전문계약직 채용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왜냐하면 공사의 구조조정과 정상화를 위해 꼭 필요했고 공사에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반발했다.

이번 감사에서 김 사장과 함께 비위 행위가 적발된 정용빈 디자인진흥원장이 사표를 제출한 데 반해 김 사장이 사퇴설을 일축하고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뜻을 펼치자, 그간 김 사장과 갈등을 빚어온 석유공사 노조를 중심으로 김 사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석유공사 노조와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은 1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학교 후배, 직장 후배들을 무더기로 채용하면서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서류는 조작되고 절차는 무시당했다”며 “김 사장은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조차 부정하며 본인은 잘못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는 그가 왜 공공기관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사장은 사내 전산망의 노조 게시판을 폐쇄하고, 조합원들에게 보낸 e메일을 무단 삭제해 울산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기도 했다. 김 사장은 이 역시도 잘못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직원들에게 “태화강에 가서 빠져 죽어라” “머리가 주인을 잘못 만나 고생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갑질 막말’로도 구설에 오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노조와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이 1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김정래 석유공사 사장의 즉각 해임을 촉구하고 있다.  석유공사 노조 제공

석유공사 노조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석유공사법 등 어떤 것을 적용해도 기관장으로서의 책임을 게을리한 것은 물론 사장 해임에 대한 법적 요건도 모두 갖춰졌다”며 김 사장의 즉각 해임을 정부에 요구했다.

산업부는 감사원 요청에 따라 관련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김 사장에게 자진 사퇴를 권유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해임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전날 세종시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감사원 감사 결과 또는 (검찰) 수사 결과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오는 그런 분들은 직을 유지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소속 기관장이 직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거쳐 대통령 등 임명권자에게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지난해 2월 취임한 김 사장의 임기는 1년5개월가량 남아 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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