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대북제재안..싱거운 타협 왜? 미국의 노림수?

정은지 기자 2017. 9. 1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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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제시한 유엔의 새로운 대북제재안이 11일(현지시간) 초고속으로 채택됐다.

당초 미국이 추진했던 초강력 대북 제재안 초안에서 대북 원유 금수 조치 및 김정은 해외 자산 동결 등이 제외되며 미국언론들도 '용두사미' 제재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이 초안을 제출했을 때만 하더라도 원유금수뿐 아니라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 금지, 고려항공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제재도 포함돼 북한의 숨통을 가장 강력하게 죄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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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이후 9일만에 제재안 채택..초안 대비 내용 완화
美 주도 제재안 부결 및 중러 현실적 반대 의식한 듯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 대사들이 11일 (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신규 대북 제재결의안 표결에 참석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미국이 제시한 유엔의 새로운 대북제재안이 11일(현지시간) 초고속으로 채택됐다.

당초 미국이 추진했던 초강력 대북 제재안 초안에서 대북 원유 금수 조치 및 김정은 해외 자산 동결 등이 제외되며 미국언론들도 '용두사미' 제재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이 초안을 제출했을 때만 하더라도 원유금수뿐 아니라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 금지, 고려항공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제재도 포함돼 북한의 숨통을 가장 강력하게 죄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4일 초안을 제시한 이후 일주일만인 11일 표결에 부치겠다고 발표했다. 최종수정안인 '블루텍스트'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표결을 요청하는 초강수를 두며 그 여느때보다 강력한 미국의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날 만장일치로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안은 초안보다 내용 측면에서 크게 완화됐을 뿐 아니라 북한을 압박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특히 북한의 6차 핵실험이라는 강력한 도발 직후 마련된 초안임에도 불구, 무의미한 결의안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같은 배경에는 미국이 주도한 제재안이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해 부결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초안 마련 과정에서 원유 금수 등의 압박 카드를 언론에 노출시켰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실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원유 금수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제재안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분명히 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강경한 입장을 취했던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에 많은 부분을 내준 것 같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협력하지 않으면 독자제재도 하겠다고 했었으나 결국 의미가 상당히 훼손된 결의가 도출됐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협박만 하고 제대로 압박하지 못했다"며 "미중관계와 북핵 사이에서 결단을 내려야 하지만 북한 문제보다 미중관계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덧붙였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소 연구위원도 "중국이나 러시아는 이번 결의안을 통해 북한에 대한 초강력 제재 결의안을 피하는 성과를 취했다"며 "한반도 질서를 놓고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타협에서 미국도 만만치 않게 챙겼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 처음으로 대북 원유, 석유제품 공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이 첫 수확이다. 상징적 명분을 챙친 것이다.

원유 금수 문제의 경우 그동안 한번도 안보리 결의안에 언급되지 않은 초강력 조치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원유, 정유의 공급량이 30%가량 축소되는 효과를 얻은 것은 고무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최장 80여일까지 걸리던 안보리 결의안을 북한의 핵실험 이후 9일만에 '초스피드'로 채택하는 추진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미국의 결의안 미국측 초안을 통해 초강력 대북제재의 윤곽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북한 도발시 이를 추진할 명분을 축적하게 된 점도 성과다. 즉 이번은 참지만 다음엔 참지 않겠다는 의지를 충분히 보여준 셈이다.

아울러 미국은 유엔 제재와는 별도로 세컨더리 보이콧, 금융제재 등 독자적 대북 제재 카드를 아직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에 언제든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동안 포함되지 않았던 원유 항목을 새롭게 결의안에 포함하며 이 문제에 있어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며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 제재안을 속도감있게 채택하는 것으로 내용적 측면의 합의를 봤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j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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