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강백호 루머’ 진실? 드래프트 뒷이야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9.12 06: 17

프로야구에 새롭게 발을 딛을 100명의 얼굴이 선을 보였다. 매년 그랬듯 각 구단들의 치열한 머리싸움으로 막판까지 알 수 없는 흥미진진한 구도가 만들어졌다. 드래프트 성과야 3~5년 뒤 결과가 말해주겠지만 소문도 많았고, 변수도 많았던 지명 행사장이었다.
KBO 10개 구단은 1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KBO 2018 신인드래프트’에서 각각 지명권 10장을 모두 사용, 총 100명의 새 선수를 뽑았다. 이미 진행된 1차 지명까지 포함하면 전체적으로 작년보다는 수준이 높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졸 선수들의 강세가 이어졌고, 올해는 투수 쪽에 방점을 찍은 구단들이 제법 됐다는 것도 특색. 흥미를 불렀던 몇몇 부분의 뒷이야기를 모아봤다.
▲강백호 루머? 이변은 없었다

역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팀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kt였다. 당초 최대어로 뽑혔던 서울고 강백호를 지명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였지만, 지난 달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소문도 꽤 돌았다. 어쩌면 이런 말도 안 되는 루머가 돈 것은 강백호를 지명한 후에 뭔가 일이 터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당시 한 지방 구단 스카우트는 일부 의견을 전제로 “강백호 쪽에서 요구하는 계약금은 굉장히 높은 수준이 될 정황이 농후하고, 미국 진출 가능성도 남아있기 때문에 이를 모두 파악하려는 신중한 분위기도 있다”라면서 “어쨌든 kt는 강백호를 지명할 가능성이 높고, 그에 맞춰 다른 팀도 준비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어쨌든 강백호의 기량 자체가 1순위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게 스카우트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최근 열흘 사이의 분위기는 “kt가 강백호를 뽑는다. 삼성은 강백호가 앞에서 뽑힐 경우 양창섭을 지명한다”로 흘러갔다. 이변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가진 자질은 물론,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클 수 있는 스타성까지 두루 갖췄다. kt의 한 관계자는 “여러 소문이 돌았지만 강백호 지명을 의심해 본 적은 없다”고 진화하면서 “계약금 문제는 아직 논의하지 않았으나 차차 잘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배지환 미국행 결심, 각 구단 막판 ‘멘붕’
드래프트 직전에 최대 변수가 터져 구단들이 술렁이기도 했다. 바로 이번 드래프트에서 내야수 최대어로 뽑혔던 경북고 배지환이 미국 진출을 결정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배지환을 염두에 둘 법한 전력 구성의 한 지방 구단 스카우트는 “우리도 어제 늦은 시각에 자체적으로 정보를 얻었다”고 아쉬워했다. 심지어 11일 아침에야 배지환의 MLB 계약 소식을 안 팀도 있었다.
수도권 구단의 한 스카우트는 “배지환이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힌 선수라 1라운드에서 뽑힐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우리야 다른 투수를 먼저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모의지명을 다시 한 팀도 있었을 것이다. 배지환이 빠져 나가면서 전체적인 1라운드 지명 구상 자체가 적잖이 요동쳤다”고 인정했다. 배지환은 애틀랜타와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확한 계약 규모 및 내용은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타임’의 진실, 김선기는 왜 밀렸을까
이번 드래프트에서 즉시전력감으로 뽑힌 투수는 바로 김선기(국군체육부대)였다. 해외 유턴파 출신인 김선기는 상무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 드래프트 참가를 위한 유예기간을 채웠다. 퓨처스리그라도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고졸 투수보다는 즉시 활용하기가 용이하다는 게 전체적인 분위기였다. 그러나 김선기는 전체 8번에 이르러서야 넥센에 지명됐다. 반응은 엇갈린다.
“각 구단들의 고졸 선호 때문에 예상보다 늦게 지명됐다”는 의견도 있고, “퓨처스리그 성적이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적당한 순번에서 지명됐다고 본다”는 의견도 있었다. 의견이 많이 엇갈리는 편이었다. 후자의 의견을 피력한 한 구단 관계자는 “분명 좋은 공을 던지기는 한다. 공 끝도 좋다. 다만 성장할 여지는 적다. 이대은과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넥센도 당초 1라운드 지명권을 다른 선수에 행사한다는 생각이었다.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분류됐던 선수다. 그러나 그 선수를 앞선 지명권을 가진 다른 팀이 데려갔고, 여기에 당초 더 빠른 순번에 지명될 줄 알았던 김선기가 남아있자 급하게 전략을 다시 짰다. 넥센은 타임을 건 뒤 김선기를 지명했다. 변화구가 좋아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통합우승 팀으로 순번이 가장 마지막이었던 두산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타임을 가장 많이 건 팀이었다. 보통 타임을 거는 것은 두 가지 이유다. 찍었던 선수가 예상보다 일찍 먼저 지명돼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때, 혹은 찍었던 선수가 예상 외로 지명이 되지 않아 기회가 오거나 다음 라운드 지명 가능성을 찾을 때다. 어찌됐건 고민이 컸다는 반증. 두산의 고민은 대개 전자였다. 두산이 내심 염두에 뒀던 선수들을 앞선 팀에서 지명하는 바람에 새 전략 논의가 필요했다는 후문이다.
▲좁아지는 대졸 구직, 대학야구는 힘들다
이번 드래프트에 신청서를 낸 고졸 선수는 754명, 대졸 선수는 207명이었다. 대졸 선수들의 수가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그러나 총 18명이 지명을 받는 데 그쳤다. ‘질’을 따지면 더 좋지 않았다. 대졸 선수 중 가장 높은 픽을 받은 선수는 예상대로 인하대 투수 정성종이었는데 전체 13번이었다. 전체 30번 이내 중 유일한 대졸 선수였다. 상대적으로 하위 라운드라고 할 수 있는 50번 이후 지명자가 13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간 드래프트에서 대졸 선수들은 상대적 ‘즉시 전력감’으로 뽑혔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인식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전체적인 대학야구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대졸 자원에 큰 미련을 둘 필요는 없다. 오히려 최근에는 각 팀들이 육성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대학야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예전에는 학교 차원에서 밀어주는 경우가 많았다. 스카우트 파동도 그런 경쟁 속에 생겼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각 대학들이 운동부에는 그렇게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선수들의 기량이 고교 시절보다 퇴보하는 경우도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아마야구를 중계한 한 해설위원은 “대학팀이 덕수고와 맞붙는다고 가정했을 때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왔다”고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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