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도 오타니처럼' kt의 발상, 참신하거나 위험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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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참신한 아이디어일까, 위험한 발상일까.

내년 KBO 리그에서는 아주 재밌는 풍경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신인 최대어'로 kt 유니폼을 입은 강백호가 타자로 나와 홈런을 터뜨리고 구원투수로 등장해 150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모습을 말이다.

kt는 11일 2018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강백호를 지명하자마자 '투타 겸업'을 할 것임을 천명했다. 노춘섭 kt 스카우트팀장은 "우선 투수와 타자를 병행해서 시킬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강백호는 분명 다재다능한 선수다. 고척돔 개장 첫 홈런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날린 그는 올해 고교 무대에서 타율 .422 2홈런 32타점 10도루로 타격 재능을 뽐냈고 투수로도 4승 1패 평균자책점 2.40을 기록했다. 150km를 넘나드는 직구를 던질 줄 아는 선수다.

kt는 강백호가 가진 매력을 최대한 활용해 장차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사실 고교 무대에서 투수와 타자로 다재다능한 활약을 한 선수는 그동안 여럿 있었다. 류현진도 LA 다저스에 진출하자마자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를 잇는 팀의 3선발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타격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베이브 류스'라는 별명이 붙었고 동산고 시절 4번타자를 쳤던 사실이 미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따라서 프로에 입단하면 투수와 타자를 놓고 고민하다 한 포지션에 전념하는 선수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kt처럼 신인 선수에게 투타 겸업을 맡긴다고 공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에서도 오타니 쇼헤이(니혼햄)와 같은 '투타 괴물'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kt 역시 강백호가 언젠가는 투수 또는 타자로 전념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다. 노 팀장은 "아무래도 타자 쪽에 무게감이 실릴 것 같다. 포수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타격을 더 잘 칠 수 있는 포지션이 나을 것 같다"라면서 "외야수를 1순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만 해도 오타니가 투수로는 10승, 타자로는 22홈런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며 '야구천재'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 행운을 느꼈지만 정작 올해는 여러 부상으로 인해 작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올해 타자로는 타율 .346 7홈런 28타점을 기록하고 있으나 투수로는 2경기만 나와 2패 평균자책점 15.43을 남긴 게 전부다.

오타니도 투수로 140이닝을 던지고 타자로 100경기 이상 출전한 것이 프로 4년차인 지난 해가 처음이었다. KBO 리그에서는 1982년 김성한이 타율 .305 13홈런 69타점 10도루로 타점왕 타이틀을 따내고 마운드에서는 106⅓이닝을 던져 10승 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8을 동시에 달성한 것은 선수 수급이 턱없이 부족했던 프로 원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신인 선수의 투타 겸업은 참신한 아이디어이기도 하면서 위험한 발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노 팀장은 강백호의 투타 겸업을 시도하는 이유로 "kt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만들고 상품성도 살리려 한다"는 말을 남겼다.

막내구단인 kt는 아직 NC의 나성범과 대적할 만한 프랜차이즈 스타급 선수를 발견하지 못했다. 강백호라는 매력적인 특급 유망주의 '화제성'에 집착하다보면 이도 저도 아닌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팀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프랜차이즈 스타로 뛰기 위해서는 우선 오래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구단의 몫이다. kt의 선택이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강백호. 사진 = WBSC]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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