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뜸하다 했더니… 북쪽 찬공기 내려와 ‘블로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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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고기압 일찍 서쪽으로 빠져

지난 토요일 당번근무를 선 기상청 직원들은 긴장된 하루를 보냈다. 9일 오전 6시 열대저압부로 출발해 오후 9시 태풍으로 발전한 제18호 태풍 ‘탈림(Talim)’ 때문이었다. 시계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올라오는 9월 태풍 경로로 미루어볼 때 한반도로 향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10일 새벽을 기점으로 방향을 틀면서 서쪽인 대만을 향했다.

올해 한국은 태풍 소식이 잠잠하다. 7월 ‘난마돌’ 8월 ‘노루’가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대부분은 태풍이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그 영향이 미미했다.

열대성저기압의 다른 이름인 태풍은 대서양에서 발생하면 ‘허리케인’, 인도양과 벵골만에서 발생하면 ‘사이클론’으로 불린다. 발생하는 태풍 수는 연평균 11.2개로 그중 2.2개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도 2개가 영향을 주긴 했지만 모두 일본 쪽으로 방향을 틀어 한국에는 약간의 비바람만 부는 데 그쳤다. 9월 들어서도 3개가 발생했지만 한국으로는 단 한 개도 올라오지 않고 모두 홍콩(제16, 17호)과 대만(제18호) 쪽으로 향했다.

이유는 평소보다 빨리 내려온 찬 공기 때문이다. 뜨거운 대륙성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덮고 다른 기류의 유입을 막는 ‘블로킹 현상’을 일으켰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대륙고기압이 일찍 서쪽으로 빠져나가면서 북쪽 찬 공기가 8월 말부터 한반도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8월 13∼28일 평균 최고기온(28.0도)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도나 낮았을 정도다. 9월 들어서는 이 찬 공기가 한반도를 완전히 덮으면서 태풍의 길을 막았다. 올해는 찬 공기가 태풍을 ‘블로킹’한 셈.

기상청은 당초 가을 태풍이 온다면 그나마 9월에 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지만 초순이 지난 현재까지 찬 공기가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올해 태풍이 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국가태풍센터 강남영 박사는 “지난해에는 9월까지 더위가 이어지며 10월 태풍 ‘차바’가 올 수 있었지만 올해는 그럴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태풍#탈림#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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