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임 지고 올해 영화제 끝으로 떠나겠다"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김동호 이사장(80)과 강수연 집행위원장(51)이 올해 영화제를 끝으로 사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임기가 아직 4년 남은 김 이사장은 11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영화제 개최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정관을 개정하고 영화제를 치러 1차적인 제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한다. 더는 영화제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내년 2월까지 임기인 강 위원장도 "취임 이후 여러 가지 해결되지 않은 숙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이지만, 모든 책임을 지고 올해 영화제를 끝으로 떠나겠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달 영화제 사무국 직원들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62)의 복귀와 서병수 시장의 사과 등을 요구하며 불신임 의사를 표명하자 바로 사퇴의 뜻을 밝혔다. 올해 영화제가 파국에 이르는 것을 막기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김 이사장은 "몇몇 영화인들이 지난해 영화제 직후 사퇴를 종용했다. 부산시에서도 올해를 끝으로 그만두라고 집요하게 요구했다"면서 "두 곳의 요구가 어떤 면에서 일치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사무국 직원들의 입장표명이 사퇴의 원인 중 하나지만, 이는 2012년에 있었던 회계상 착오가 지금에 와서 불거진 것"이라며 "재임 시절이 아니었지만, 책임자로서 책임지는 것이 정당한 판단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취임 초부터 사태해결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소통문제까지 불거져 직원 네 명이 사표를 제출했고,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의 뒤를 이어 부집행위원장으로 임명된 홍효숙 프로그래머의 '금전 문제'가 불거져 갈등이 심화됐다. 김 이사장은 "강 위원장이 그동안 영화제를 어렵게 이끌어왔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소통문제로 그만둬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두 사람의 빈자리는 이사회를 통해 메워진다. 김 이사장은 "최연장자가 임시 의장을 맡아 이사회의 제청으로 총회에서 이사를 선출하도록 돼 있다"면서 "이사회가 부산에 있는 아홉 명과 영화인 아홉 명 등 열여덟 명으로 구성돼 (우리가 없어도) 현명하게 차기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을 선출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올해 영화제는 다음 달 12일부터 21일까지 75개국 298편을 소개한다. 개막작은 신수원 감독(50)의 '유리정원(Glass Garden)', 폐막작은 실비아 창 감독(64·대만)의 '상애상친(Love Education)'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