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임명동의안 부결

안철수 “국회 결정권은 우리에게 있다”

정환보 기자

‘캐스팅보터’ 국민의당, 소속 의원 최소 22명 반대표 던진 듯

석 달 넘게 표류하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소야대 국회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당은 ‘존재감을 과시했다’고 주장하지만, 안마당인 호남의 반발 등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이날 본회의 표결에는 재적 의원 299명 가운데 293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결과는 가(可) 145, 부(否) 145, 기권 1, 무효 2명이었다.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려면 표결 참여자의 과반 찬성이 필요한데 2표가 모자랐다. 더불어민주당(120명)과 정의당(6명)·새민중정당(2명)·무소속(2명) 의원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국민의당에서 15명이 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추정대로라면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당 의원(39명) 중 24명이 반대 또는 무효표를 던진 것이다. 당론으로 ‘김이수 반대’ 입장을 정한 자유한국당에서는 102명이, 바른정당은 20명 전원이 표결에 참여했다. 보수 성향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반대표를 행사했다고 가정하면, 최소 22표는 국민의당에서 나온 것이 된다.

안철수 대표는 기자들에게 “사법부 독립에 적합한 분인지, 헌재소장으로 균형 감각을 가지고 있는 분인지, 2가지 기준으로 판단했다”며 “국민의당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당”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국민의당이 인준안 부결을 주도했다는 말로 들린다. 국민의당은 지난 5월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안 표결 때는 가결, 이번 김 후보자의 경우는 부결을 이끈 셈이 됐다. 하지만 김 후보자에게 뚜렷한 흠결이 없는 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7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는 여론지형을 감안할 때 ‘발목잡기’ 주역이라는 거센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날 오후 국민의당 홈페이지는 방문자 폭주로 한때 접속이 불가능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이날 조찬 회동 때까지만 해도 인준안 표결 결론을 내지 못했다. 바른정당은 “14일 표결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이후 국민의당이 의원총회에서 당일 표결 방침을 정하면서 오후 본회의 표결이 성사됐다.

이날 표결은 오후 본회의에서 대정부질문 전 실시됐다. 찬반 동수로 부결되자 여야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 의원석에서는 한숨이, 한국당 의원석에서는 “됐다, 됐어”라는 탄성이 들렸다.


Today`s HOT
이드 알 아드하 앞둔 인도 50주년 맞은 루빅큐브 레바논 공습 산불 진화하는 소방기 독일 연방의회에서 연설하는 젤렌스키
나치 학살 현장 방문한 프랑스·독일 정상 G7에 기후재정 촉구하는 필리핀 시위대
가자지구 국경 근처 이스라엘 군인들 플라스틱 쓰레기 수출 막아달라
맵다 매워~ 고추먹기대회 노젓는 홍콩 용선 축제 참가자들 이강인의 한 방! 중국에 1-0 승리 칠레 폭우에 대피하는 주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