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40석의 존재감..망연자실 민주당 "이건 안철수 작품"

김형구 2017. 9. 11. 17: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뒤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이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표결 분석 결과를 받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는 147명. 찬성은 145명.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건 2명의 찬성표가 모자라서였다. 임명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더불어민주당 120명 ▷자유한국당 102명 ▷국민의당 39명 ▷바른정당 20명 ▷정의당 6명 ▷무소속 6명 등 총 293명이 투표에 참여해 최소 147명의 찬성표가 필요했다.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왼쪽)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을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인 민주당은 소속 의원 120명 전원, 복당을 앞두고 있는 무소속 서영교 의원, 김 후보자 지명에 찬성 입장을 밝혀온 정의당 의원 6명과 새민중정당 의원 2명, 정세균 국회의장 등 130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민주당은 한 표의 이탈표도 없다는 점을 확실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김 후보자 지명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만큼 나머지 찬성표 15표는 국민의당에서 나왔을 공산이 크다. 부결 선언 직후 민주당 한 의원이 ‘국당(국민의당) 15명 찬성으로 보임’이라고 적힌 문자메시지를 받아보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가 전북 출신인 만큼 호남이 기반인 국민의당에서 다수 찬성표가 나와 임명안이 가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표결을 앞두고 이날 오전 민주당과 국민의당 양당 원내지도부는 찬반 예상 숫자를 점검해 교환했다고 한다. 하지만 부결 결과가 나온 후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의당에서 밝힌 수보다 5명 적게 나왔다”고 화살을 돌렸다. 다른 한 초선 의원은 “국민의당이 사실상 김 후보자를 낙마시켰다”며 “이건 안철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에 한 방 먹었다”(한 당직자)는 말도 나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1일 오후 국회 대표실을 방문한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 의원들이 과연 사법부 독립에 적합한 분인지 그 기준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한 의원은 "사전에 표 점검을 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표결에 들어간 것 아니냐"며 "그런 걸 봐선 민주당 내에서 이탈표가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지난해 7월 군대 동성애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군형법 조항에 대해 김 후보자가 위헌 취지 의견을 낸 데 항의해온 보수 기독교계의 ‘문자폭탄’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뜻밖의 낙마에 민주당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원내사령탑인 우원식 원내대표는 정 의장의 부결 선언 직후 환호성을 터뜨린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허탈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임명안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참석자들이 말렸다고 한다. 연석회의에서는 “탄핵에 대한 보복이자 정권교체에 불복하려는 것”, “국민이 묵과하지 않을 것” 등 격앙된 목소리가 나왔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오른쪽)가 11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뒤 이채익 의원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한국당 의원들은 부결 선언에 “됐다, 됐어”라며 환호성을 터뜨리거나 손바닥을 마주치며 기뻐했다. “다음은 탄핵이다!”라는 목소리도 들렸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동료 의원과 포옹하거나 밝은 표정으로 악수했다. 강효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헌정 사상 초유의 일에 대한 책임은 여당이 모두 져야 한다”며 12~13일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해서도 “정부 여당의 사법부 장악 의도를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국민의당 의원들이 앉아있는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웃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국민의당이 한 건 했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오늘의 결과를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은 (보이콧을 풀고) 국회에 돌아오면서 민의부터 배반한 것”이라며 “적임자를 못 지키는 (민주당의) 무능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