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半半 투표?..'준여당' 탈피 본격화되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데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의 찬성표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국민의당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여야가 맞설 때마다 찬성으로 돌아서 사실상 '준 여당' 역할을 해온 바 있다.
이날 김이수 후보자 인준안은 총 293명 투표 중 145명이 찬성, 인준안 통과에 단 2표가 모자라 부결됐다. 더불어민주당 120명과 정의당 6명 등이 모두 찬성했다고 가정하면 국민의당에서 20명 이상 반대표가 나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김 후보자 임명에 '절대불가' 입장을 밝혀온 데 비해 국민의당은 인준안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며 보수야당들과는 다른 태도를 보여왔다. 이날 여당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김 후보자 인준안 처리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도 국민의당의 동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표결에서도 국민의당이 결국 찬성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날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은 김광수 의원을 제외하고 총 39명이 표결했으나 절반이 넘는 국민의당 의원들이 문재인정부 첫 사법부 고위인사에 대해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서다.
인준안 부결 직후 국민의당 의원들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졌다는 관측에 대해 일부 국민의당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이 많다"며 민주당 이탈표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김 후보자 인준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부결될 수도 있다는 기류가 감지돼왔다. 무엇보다 국민의당이 지난달 말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민주당 2중대' 탈피 기조가 강해진 탓이다. '안철수 대표 체제' 출범과 함께 강한 야당, 싸우는 야당이 기치로 내걸렸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벌어진 '탈(脫) 호남' 논쟁 역시 민주당에 반대하면 안된다는 압박을 일부 완화한 부분도 있다.
안철수 대표는 특히 '제3당 정체성 강화'를 통해 민주당과의 차별화 노선을 선언했다. 김 후보자 인준안 부결은 국민의당 내부의 이 같은 노선 변화가 본격적으로 분출된 분기점으로 볼 수 있다.
안 대표는 김 후보자 인준안 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 의원들이 사법부 독립에 적합한 분인지, 소장으로서 균형 감각을 가지고 있는 분인지 그 기준으로 판단한 결과"라며 "국민의당은 20대 국호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협치 노력 부족에 대한 반감도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여소야대' 구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에 좀더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야 함에도 당 지도부 등이 일방적인 독주로 일관하고 있는 데 대한 경고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국민의당이 내년 지방선거와 개헌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대정부, 대여 투쟁에 방점을 찍으려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여야 간 팽팽하게 유지됐던 의회 내 균형이 야당으로 기울게 돼 다양한 방식의 정계개편이 고민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이 이미 장외투쟁 전개 등 야권 통합을 촉발하고 나서고 있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국민의당 역시 민주당과 범여권으로 묶여 재편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내년 개헌 때 권력 구조를 놓고 정치권이 힘겨루기를 하게 되면 반정부 여론을 등에 업고 민주당 내 '비문(비문재인)계'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이들이 있다"며 "민주당과의 차별화와 자유한국당과의 차별화가 동시에 가능한 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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