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 "목동 대신 강서구 골랐다고? 특수학교, 계속 지을 것" 김성태 의원에 반박

김경학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자료사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자료사진

서울 강서구 가양동 옛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서울시교육청이 지으려 하는 특수학교를 두고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시교육청이 소유한 ‘학교부지’인 이곳에 국립한방병원을 유치하겠다는 주장을 내세운 것은 강서구를 지역구로 하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김 의원은 시교육청이 목동을 당초 특수학교 부지로 생각했다가 강서구로 떠넘겼다는 식의 주장을 했고, 시교육청이 나서서 반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1일 오전 시교육청 본관 강당에서 열린 월례조회에서 “최근 강서 특수학교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보면서 이전과 굉장히 다르게 ‘우리 사회가 성숙해가는구나’라고 많이 느꼈다”며 “강서 특수학교를 추진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장애인 교육·시설을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강서(지역) 분들이 특수학교 반대는 아닌데, 하필 다른 구는 (특수학교가) 없는데 왜 열악한 강서구에만 2개를 지으려 하냐고 항변하신다. 그래서 아예 강서 분들의 말씀을 더 받아 (특수학교가 없는) 8개구에 특수학교를 더 짓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면 좋겠다 생각해 8개구 지역 상황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에는 특수학교가 30곳 있다. 종로구와 강북구가 4곳씩 있어서 가장 많다. 강동구에 3곳, 강남구·동작구·관악구·구로구·노원구에 각 2곳씩, 강서구·광진구·도봉구·마포구·서대문구·서초구·성북구·송파구·은평구에 각 1곳씩 설립돼 있다. 특수학교가 없는 구는 금천구·동대문구·성동구·양천구·영등포구·용산구·중구·중랑구 8곳이다.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앞줄 맨 오른쪽)과 주민들이 장애아동을 둔 학부모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앞줄 맨 오른쪽)과 주민들이 장애아동을 둔 학부모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시교육청은 이날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 반박하는 자료도 배포했다. 지난 8일 저녁 김 의원은 SBS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해 “서울교육청이 양천구 목동에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장애인 특수학교를 지으려고 숱한 노력을 했는데 그쪽(목동) 아파트 주민들과 정치인들이 반대해서 성사를 못 시켰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그 대안지가 바로 이 자리(마곡지구)가 돼 버린 것”이라며 “이미 대체부지 논의가 구체화됐다. 그래서 올해 초에 서울시하고 실질적인 협의가 다 끝나고, 서울시에서도 서울시교육청에 마곡에 대체부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달라. 그래서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로 보냈다. 서울시는 또 긍정적인 답변을 서울시교육청에 내려줬고요. 이게 다 끝나는 상황이었는데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한방병원 자리라 특수학교 안 된다는데...건립계획 '없음', 땅도 교육청 소유

시교육청은 “양천구에 특수학교를 짓는 계획을 세우거나 설립을 추진한 사실이 없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시교육청은 “강서지역의 열악한 특수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강서지역 특수학교(서진학교) 설립계획을 세운 2013년 11월부터 공진초 이적지를 선정해 추진했다”며 “2010~2012년에는 강서구 또는 양천구에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2014년 8월 공진초 인근 특수학교 반대주민들이 강서구에는 특수학교(교남학교)가 있으므로 양천구에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양천구에는 특수학교를 신설할 교육청 소유의 학교용지가 없었다”고 밝혔다. “교육청에서 2015년 5월22일 양천구청에 공문을 보내 용지가 있는지 문의했으나 양천구청에서 ‘관내에 적정 부지가 없음’을 회신한 것이 양천구와 논의한 전부”라는 것이다.

또 시교육청은 “반대주민들의 집단민원에 따라 2016년 11월부터 마곡지구 내 공원용지 일부를 특수학교 용지로 활용하는 것을 서울시와 협의했지만 학교용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과 시의회의 의사를 존중해 대체부지 논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이어 “공원용지를 학교용지로 변경해달라는 교육청 요청에 서울시는 ‘공진초교 부지에 특수학교를 신설하기 어려운 것으로 결정나면 교육청이 요청한 대체 부지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을 뿐, 대체부지 확보에 긍정적인 답변을 해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리뉴스] 장애학생 엄마·아빠는 왜 이웃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었을까?

앞서 5일 시교육청이 주최한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토론회에서 장애아동 학부모들이 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무릎 꿇는 모습이 전해져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 지난해 총선 때 ‘공진초 부지 한방병원 건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김 의원은 이날 토론회 도중 퇴장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토론회에서 한 참석자가 ‘특수학교 먼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토론회에서 한 참석자가 ‘특수학교 먼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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