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4차 산업혁명] 북핵 문제 해결할 협상 로봇의 등장?

황계식 2017. 9. 1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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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북한이 시행한 6차 핵실험은 그간 북한을 상대로 비핵화를 위해 진행한 공식 협상인 6자회담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였다. 이번 정부 들어 북한은 무려 9번의 미사일 발사와 1번의 핵실험을 강행하였고, 모두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위협이었다.

지난 5월14일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를 시작으로 21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 2형', 27일과 29일에는 각각 지대공 요격유도무기체계(KN-06)와 스커드 계열 추정 탄도미사일, 8월26일과 29일에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등을 발사했다. 북한의 미사일 수준이 한반도 전역뿐 아니라 태평양과 미국까지 위협하는 단계로 올라선 셈이다. 이어 9월3일에는 6차 핵실험을 하였다.
북한의 핵 위협이 커졌음에도 긴박하게 움직여야 할 6자회담은 사실상 폐업 상태다. 2008년 12월 6차 3단계 회담이 열린 뒤 이듬해 5월25일 북한의 2차 핵실험이 강행되었고, 그 결과 6월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 1874호가 채택돼 북핵 협상의 무게중심은 6자회담에서 안보리 체제로 넘어오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북한의 도발과 제재논의의 반복이다.

결과적으로 실패하였어도 6자회담의 의미는 특별하다. 2003년 8월 시작하여 단일 주제만 다룬 외교협상으로는 최장기간인 14년 진행된 역사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남·북한 당사자와 더불어 이해관계가 전혀 다른 주변 6개국이 서로 다른 입장에서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려 한 가장 어려운 협상이었기 때문이다. 6자 회담을 통해 볼 수 있듯이 국제사회는 위협의 여파가 강하면 강할수록 충돌보다 협상과 대화를 통해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두차례의 세계대전이 인류에 얼마나 많은 희생을 요구했는지 경험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핵문제 관련 긴급 미팅이 진행되고 있다.
 
중요한 협상일수록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하면서 최대한 유리한 결과를 관철하려 하기 때문에 보통 99대 1이 아닌 51대 49의 수준에서 타협하게 된다. 그래서 협상의 타결은 늘 ‘최고의 결과’보다는 ‘최선의 결과’라는 수식어로 표현된다. 완전한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다.

최근 인간의 이런 협상 과정을 진보시킬 수도, 또는 퇴보시킬 수도 있는 인공지능(AI) 로봇에 관한 실험결과가 나와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지난 6월15일 페이스북 AI 연구소(FAIR)는 협상 능력을 가진 챗봇(chat bot)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이런 협상 능력을 가진 ‘대화 에이전트’(Dialogue agent) 기술의 코드를 글로벌 개발자들이 오픈소스 형태로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인 깃 허브(Git Hub)에 무료 공개했으며, 관련 기술 내용을 자세히 볼 수 있도록 논문도 함께 발표했다. 최근까지 페이스북이 출시한 챗봇의 기능은 식당 예약 등 이용자가 주문한 내용 위주의 간단한 작업에 필요한 대화능력에 국한됐다.

챗봇에 협상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실제 사람 사이의 협상 사례를 기본으로 반복 학습을 하도록 하였고, 그 후에 실제 사람을 상대로 협상을 진행하였다. 문제는 챗봇이 사람보다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실제로 원치 않는 결과를 걱정하는 척하며 협상하는 수준까지 발전한 것이다. 또한 더 나아가 챗봇끼리 대화할 때는 서로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람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와 방법을 쓰기 시작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 결과에 대해 연구에 참여한 드루브 바트라(Dhruv Batra) 미국 조지아공과대 교수는 “AI가 자기만의 언어로 대화하는 것은 학계에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결과로 AI가 사람을 뛰어넘었다고 걱정하기는 과도하다고 일축한 것이다.

이에 반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북핵보다 AI가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하였다.

많은 전문가는 협상의 가장 어려운 상황 세가지를 ‘예측할 수 없는 결과’와 ‘협상에 대한 책임’, ‘협상 결과에 대한 검증 가능한 확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13년 개봉한 미국 영화 ‘제로 다크 서티’(Zero Dark Thirty)를 보면 두가지 재밌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화는 미국을 상대로 한 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리는데,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오랜 기간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통령에게 빈 라덴이 숨어있는 집을 타격하자고 보고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제로 다크 서티'(Zero Dark Thirty) 캡쳐
 
그러나 그 전에 CIA 수뇌부의 내부 회의(사진)에서는 빈 라덴의 집일 가능성을 두고 간부들은 60% 또는 70% 등이라고 대부분 추정한다. 정확히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빚어질 수 있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장면은 이렇다. CIA 요원이 실제 빈 라덴의 집을 타격하러 가는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Navy Seal) 팀에 기습과정을 설명한다. 이때 네이비 실 요원 중 한명이 “동료를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작전”이라고 우려하고, “그 집에 정말 빈 라덴이 확실히 있느냐”라고 묻는다. 이에 대해 CIA 요원은 “사실 나는 100% 확신하기 때문에 드론을 띄워서 폭격하고 싶다”며 “하지만 누구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함을 언급한다. 어떠한 협의 과정에서도 극단적인 결과를 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만약 불필요한 시간과 희생을 줄이기 위해 AI가 직접 중요한 협상에 나서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과감한 결단으로 빠른 해결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상대인 사람의 심리까지 이해할 수 없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AI 역시 결국 사람이 만든다는 점이다.

김정훈 UN지원SDGs한국협회 사무대표 ( unsdgs@gmail.com)

*UN지원SDGs한국협회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 자문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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