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 여권에 출입국 기록을 남기지 않는 까닭

김재한 2017. 9. 1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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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김재한 기자]

▲ 이스라엘 시내 이스라엘 시내에는 총기를 소지한 군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탄알집에는 모두 실탄이 장전되어 있다. 총기를 휴대하지 않고 부대를 나오는 우리나라 군인과 다르게 모든 군인들이 총기를 휴대하고 있다.
ⓒ flicker
여권은 외국을 여행하는 국민에게 정부가 발급하는 신분증명서이다. 여행자의 신분과 국적을 증명하고 외국 관헌의 보호를 부탁하는 내용이 쓰여있다. 여권에는 사증(visa)을 기재하는 난이 있는데, 외국을 방문할 경우 타국의 재외공간에 입국 허가를 기록해 두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국가 간의 관계에 따라 여행자의 편의를 위하여 사전에 비자를 발급받지 않고 입국 시에 도착 비자를 발급해 주는 경우도 있다.

해당 국가에서 입국하는 수속을 밟게 되면, 발급받은 비자 위에 입국 장소, 날짜 등 입국기록이 기입된다. 또 출국 시에는 출국기록을 남긴다. 그래서 여행객의 여권을 보면 여권 소지자가 방문한 국가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서는 여행객의 여권에 국가 방문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에서 겪고 있는 외교 상황과 관련이 있다.
▲ 이스라엘 입국 비자 및 기록 이스라엘 입국 시 별지에 도착비자와 입국기록을 증빙한다. 입국한 장소 및 날짜 체류 기간 등이 적혀있다. 여행객의 여권에는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 김재한
이스라엘은 아랍국가 사이에서 비이슬람 국가인 데다가 4차에 이르는 중동 전쟁으로 인해 중동국가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이집트를 제외한 아랍 연맹 회원 22개국을 비롯한 28개 국가와 외교 관계가 없으며, 수입 수출 등 상호 무역 관계 또한 없다. 심지어 이스라엘의 여권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가들의 관계는 남한과 북한 관계만큼 갈등의 골이 깊다.
이집트의 경우 1978년 캠프데이비드 협정으로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개선하게 되자 오히려 이집트가 주변 아랍국가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게 된 경력도 있다. 이집트는 아랍국가연맹(League of Arab States)의 창설국 중 하나였고 아랍국가연맹의 사무국은 카이로에 있었는데,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평화 협정 이후 연맹은 이집트의 회원 자격을 일시 정지시키고 연맹본부를 튀니스로 이전하기로 결정하였다.
▲ 이스라엘 출국 기록 이스라엘에서는 출국 기록을 여행자의 여권에 하지 않는다. 별지에 작성해 주며, 여기에는 출국 장소 날짜 등이 기록되어 있다
ⓒ 김재한
이런 분위기이다 보니 이스라엘 방문 기록이 있는 여행객들이 다른 중동 국가를 방문할 때 입국 거부를 받는 등 불이익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유로 이스라엘 방문자들은 이스라엘 입국 시 여권에 입국기록을 남기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하기 시작했다. 요청이 있을 경우 별지에 따로 비자 및 입국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모든 방문객에게 별지로 비자 및 입국기록을 남기고 있다.
    
육로를 통한 국경 이동은?

육로로 북한만을 마주 보고 있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이스라엘은 2012년 '비회원 옵서버 국가(non-member observer state)'의 지위를 획득한 팔레스타인까지 육로로 5개의 국가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때문에 만약 육로를 통해 이스라엘에서 다른 나라로 가게 된다면, 입국하는 국가의 입국 장소가 나오기 때문에 이스라엘에서 출국기록을 별지에 작성한다 해도 이스라엘 방문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일단, 팔레스타인은 출입국 신고 과정이 따로 없기 때문에 여권에 기록이 남지 않는다. 반면에 다른 국경에서는 출입국 기록을 남기기 때문에 여권에 이스라엘 방문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 예외가 있다. 알렌비-킹 후세인 국경을 통해 요르단을 방문할 경우 요르단에서 여권이 입국 사실을 기록하지 않는다. 알렌비-킹 후세인 국경 지역이 제3차 중동전쟁 이전에는 모두 요르단의 영토였다. 요르단은 아직 이 지역을 본인들의 영토이며 자국 내 이동에서는 여권기록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상징적인 행위로 방문자들의 여권에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알렌비-킹 후세인 국경으로 요르단을 방문 시에는 도착비자가 아닌 사전 비자발급이 필요하다.
▲ 알렌비-킹 후세인 국경을 통한 요르단 입국 알렌비-킹 후세인 국경을 통한 요르단 입국시 여권에 일련번호가 적힌 스티커를 붙인다. 여행객의 여권에 알아볼 수 있는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 김재한
알렌비-킹 후세인 국경을 통해 요르단에 입국하게 되면 여권에 일련번호가 적힌 스티커를 붙여준다. 일련번호에 따라 요르단 출입국 시스템에는 방문객의 출입국 정보가 남아있게 되나 여권에는 별도 흔적이 남지 않는다.
▲ 알렌비-킹 후세인 국경을 통한 이스라엘 입국 알렌비-킹 후세인 국경을 통한 이스라엘 입국시 요르단에서는 출국 기록을 여행자의 여권에 남기지 않는다. 출국카드에 출국세 및 출국 내역을 도장 찍고 요르단 국경을 넘을 ? 이 카드도 회수한다.
ⓒ 김재한
알렌비-킹후세인 국경을 통해 요르단에서 이스라엘로 이동할 경우, 요르단에서는 수기로 작성한 출국 카드에 출국기록과 출국세 납입을 기록한다. 그리고 요르단 국경을 넘어가는 순간에 기록된 출국카드를 회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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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jaytheb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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