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개발원조(ODA)를 담당하고 있는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에서 성희롱 등 비위로 징계받은 인사가 다시 해외지역 사무소장·본사 팀장 등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이카 임직원에 대한 징계·인사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각종 비위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코이카 징계 결과’ 자료에 따르면 최근 직원 성추행 혐의로 내부 조사를 받고 있는 중동지역 사무소장 ㄱ씨는 과거 2차례 징계를 받았다. 아프리카 사무소장이던 2013년 5월 ‘여성 직원에게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발언·복무 규정 위반’ 등으로 ‘경고’를 받았다. 2014년 말에는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다시 ‘견책’을 받았다. 그러나 ㄱ씨는 이후 감사원 산하 연구기관을 거쳐 중동 사무소장에 임명됐고, 현재 중동 사무소 직원에 대한 성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올해 초 아프리카 모 국가 사무소장에 부임한 ㄴ씨는 2015년 본사 근무 당시 ‘입찰 비리’ 사건에 연루돼 지난 7월 ‘관리감독 태만’으로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코이카 인사 규정상 ‘감봉’ 징계를 받은 직원은 2년간 해외근무가 제한돼야 하지만 ㄴ씨는 해외 사무소장직 임명 후 징계를 받았다는 이유로 소장직을 그대로 유지했다. 앞서 ㄴ씨는 중남미 주재원 시절, ‘해외긴급구호 비축의약품 폐기 등 관리감독 소홀’로 ‘경고’ 처분을 받기도 했다.
또 다른 아프리카 국가 사무소장이었던 ㄷ씨는 2015년 말 외교부 감사에서 금품수수 행위가 적발됐다. 코이카는 ㄷ씨를 본부로 소환했지만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내린 뒤 본부 내 팀장으로 재발령 냈다.
한 코이카 직원은 “징계 규정 자체가 솜방망이인 데다, 그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징계를 받아도 이후 이뤄지는 인사에서 좋은 자리로 이동하기 때문에 징계라는 게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코이카 관계자는 “ㄱ씨는 과거 경고·견책을 받았지만 코이카 규정상 경고나 견책은 해외 근무에는 제한이 없고, 당시 소장으로 파견된 것도 다른 지원자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ㄴ씨와 ㄷ씨 역시 모두 코이카의 징계·인사 규정과 경영 방침에 따라 적합하게 이뤄진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중남미 코스타리카를 방문했던 코이카 고위 간부가 인턴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코이카가 외교부 보고와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해당 간부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은폐 의혹이 불거졌다. 외교부가 조사에 착수해 지난달 해당 간부를 준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