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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성이 이탈리아 채널의 축구 프로그램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 국제연합(UN)과 유럽연합(EU)이 북한 노동자들의 추방 등을 담은 제재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 축구의 신성으로 떠오른 한광성(19·페루지아)의 이탈리아 내 선수 생활 지속 여부도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 섬유 수입 중단, 북한 노동자들이 임금을 자국 정부로 보낼 경우 이들을 추방하는 방안 등을 담아 11일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표결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별도로 EU의 외교 및 국방 장관들은 지난 9일 에스토니아에서 회의를 열고 역내 북한 노동자들의 고용 금지 등을 강력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은 “EU 역내 북한 노동자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들의 수입이 핵 프로그램에 쓰이지 않도록 막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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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성이 이탈리아의 지인들과 선글라스를 쓰고 올린 사진을 SNS에 게재했다.

UN 혹은 EU가 이런 대북 제재안을 결의하면 한광성의 선수 생활에도 큰 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이탈리아 1부리그(세리에A) 칼리아리와 계약, 북한 축구 선수 최초로 유럽 빅리그 득점포를 터트렸던 그는 올 여름 2부리그(세리에B) 페루지아로 임대되며 펄펄 날고 있다. 2017~2018시즌 2부리그 두 경기에서 해트트릭 한 차례를 포함, 총 4골을 넣으며 페루지아의 2연승을 이끌었다. 외신은 유벤투스와 아스널, 에버턴 등 유럽의 빅클럽도 그를 지켜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광성은 이탈리아에 온 뒤 개인 SNS를 개설해 자신의 사진을 자유롭게 싣고 메인 페이지에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독일 준결승 때 ‘붉은 악마’가 선보였던 카드 섹션의 글귀, ‘꿈은 이루어진다!’를 올리는 등 폐쇄적인 북한 사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선글라스를 쓰고 동료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며, 이탈리아 채널의 축구 전문 프로그램에 나서 인터뷰도 했다. 그는 어느 정도 능숙해진 이탈리아어로 “김정은 국방위원장에게 감사하다. 날 이 팀으로 이끈 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가장 좋아한다. 이탈리아에선 (유벤투스의 공격수)파울로 디발라처럼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런 그에게 한국인들도 응원 메시지를 곧잘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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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성 인스타그램. 대문글이 ‘꿈은 이루어진다’다.

유럽에서 쑥쑥 성장하는 한광성의 인생에 자국의 핵실험과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우려가 돌발 변수로 나타난 셈이다. 페루지아엔 한광성 외에 동갑내기 공격수 최성혁이 있다. 둘은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친분이 각별한 안토니오 라치 이탈리아 상원 의원의 주선으로 이탈리아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자신들의 수입이 북한 정권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는다는 게 입증된다면 둘이 유럽에 계속 머무를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사회에서 한광성의 이탈리아 생활에 대해 계속 문제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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