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북핵대응 표류'하는 3가지 이유

2017. 9. 1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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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잇따른 도발 속에 '평화가 곧 민생'이라던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정책의 기조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사드의 효용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했고, 취임 뒤에는 '국민의 동의 없는 사드 배치 강행은 없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지금 사드를 배치하고, 대북 원유공급을 끊어서 북핵·미사일 위기가 풀리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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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즉자적 대응
파탄 난 외교·안보 수습 전에
북 잇단 도발..현안대응 급급

② 정치적 고려
한미동맹 강조한 대북강경책
지나치게 신경 써 원칙 흔들

③ 압박-대화 투트랙 실종
원유공급 중단 등 계속 압박
문제 더 꼬여 돌파구 못찾아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이 9월3일 오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북한의 잇따른 도발 속에 ‘평화가 곧 민생’이라던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정책의 기조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전격적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로 전통 지지층의 반발까지 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밤, 사드 ‘임시 배치’를 완료한 데 대해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고 판단했다”며 “국민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사드의 효용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했고, 취임 뒤에는 ‘국민의 동의 없는 사드 배치 강행은 없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지난 7월29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직후 발사대 추가 배치를 전격 지시했고, 해외 순방 중인 지난 7일 새벽 이를 강행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에 관한 압박과 공조라는 측면에서 진행됐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상 미국 쪽의 거센 사드 배치 압박에 정책 기조를 틀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최선의 조치’란 말만 했을 뿐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일 한-러 정상회담은 표류하는 외교·안보 정책의 난맥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대북 원유 공급 중단에 대한 러시아의 협조를 구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감정에 휩싸여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세우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으로선 면전에서 ‘훈계’를 들은 셈이 됐다.

송영무 국방장관의 뜬금없는 ‘전술핵 재배치’ 발언도 정부 정책 방향의 기조를 흔들었다. 송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에서 “북핵에 대해 확실히 판을 바꿔야 한다. 그중 하나로 (전술핵 재배치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의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북의 비핵화를 주장할 명분이 사라진다. 남과 북이 핵을 머리에 이고 대치하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청와대 쪽은 “정부 차원에서 검토한 일이 없다”는 원론적인 해명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보정책의 표류 원인을 3가지로 진단한다. 첫째, 위기 속에 출범한 정부가 즉자적 대응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탄 지경의 외교·안보 상황을 물려받은 문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잇따른 북한의 도발로 현안대응조차 버거웠다. 정세의 긴장감이 높아질수록 정책적 대안 부재가 도드라졌고, 결국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도발-제재의 악순환’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원칙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비전에 따라 집행해야 할 외교·안보정책에 국내 정치적 고려가 과하다는 점이다. 집권 직후부터 위기 국면이 심화하면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에 강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국내 정치적 요구도 높아졌다. 이런 정치적 고려는 기존 지지층의 이탈을 부추긴다. 외교·안보 정책이 단기적으로 국내여론의 추이에 따라 요동치면, 지지율 추락 속에 자칫 정권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셋째, 북한의 잇따른 도발 속에 ‘압박·대화 병행’ 기조는 ‘제재·압박 일변도’가 돼버렸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지금 사드를 배치하고, 대북 원유공급을 끊어서 북핵·미사일 위기가 풀리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 관여했던 또다른 전문가는 “북이 도발할 때마다 받아치기식 맞대응만 하다 보면, 아무런 해법을 찾을 수 없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전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환 김보협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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