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안낳는 한국, 1990년대생이 마지막 희망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2017. 9. 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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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계획 완화세대, 3년 뒤 출산연령 진입.. 인구 미래 달렸다]
한 해 평균 71만명 태어나.. 86%가 2년제 대학 이상 졸업
어떤 자녀관 갖느냐가 변수

신생아 수가 작년 40만6253명에서 올해는 35만6600명으로 떨어지고, 합계출산율도 1.03명으로 신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이 사상 최저로 추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삼식 한양대 교수가 통계청의 6월까지 출산 통계를 이용해 올해 신생아 수를 예측한 결과다. 신생아 수는 지난해보다 12.2%나 줄고, 출산율은 1.17명에서 1.03명으로 대폭 하락하는 셈이다. 이에 통계청이 당초 예상한 '신생아 35만명대' 시기 역시 2036년에서 19년이나 앞당겨지게 됐다.

이 교수는 "신생아 급감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가임여성(15~49세) 수가 계속 감소하고, 혼인율 급감, 기혼 여성들의 출산율까지 떨어지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인구 그래프에 양봉 세대

전문가들은 출산율 추락이 올 한 해 일시적인 하락일 수도 있으나,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인구학자들은 이제 1991~1995년(22~26세) 5년간 출생한 이른바 '가족계획 완화세대'에게 인구 회생을 마지막으로 기대해볼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 신생아 인구 그래프를 보면 1970년 이래 유독 인구가 많아지는 봉우리가 두 개 있다. 하나는 베이비붐 2세대(베이비붐 에코세대·1979~1982년생·35~38세)이고 다른 하나는 가족계획 완화세대다. 베이비붐 2세대는 4년간 한 해 평균 86만명씩 태어나 많은 인구수를 무기로 2007년부터 혼인과 출산 판도를 좌우해왔다. 혼인도 2006년 33만건, 2007년 34만건 등으로 2001년 이후 최고 건수를 기록했다. 이들은 2007년(황금돼지해), 2010년(백호랑이해), 2012년(용띠해)에 아기를 많이 낳아 합계출산율도 1.12명(2007년)에서 1.3명(2012년)까지 끌어올렸다. 이들의 출산연령이 끝나고 새로 등장한 혼인·출산세대가 1983~1990년생(34~27세)이다. 이들은 정부가 강력한 인구억제정책으로 한 해 평균 66만명씩 태어났는데, 적은 인구에 혼인감소까지 겹쳐 올해 같은 신생아 대폭 감소를 불러왔다.

◇"가족계획 완화세대에 인구 미래 달려"

정부는 1980년부터 본격 시행한 강력한 인구억제정책이 효과를 거두자, 1990년부터 피임약과 피임기구 보급 사업비를 절반가량 줄였다. 이처럼 가족계획사업을 완화하자 1991년부터 1995년까지 한 해 평균 71만명 태어나, 이전·이후 5년간보다 34만~41만명이 더 태어났다. 이들이 3년 후 주 혼인·출산연령(25~34세)대에 진입하기 시작한다. 2000년 이후 가임여성이 계속 주는 상황에서 2020년부터 4년간만 특이하게 반짝 늘어나고 2035년까지 이런 현상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통계청 이지연 인구통계과장은 "3년 후 혼인·출산 연령대에 진입할 이들이 언제 결혼해 얼마나 낳는지에 따라 한국 인구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22~26세인 이들은 적어도 6~7년간 혼인과 출산을 좌지우지할 중요한 세대라는 의미다.

이들은 아들 골라 낳기가 유행처럼 돌던 시절에 태어나 남성이 여성보다 최대 19%까지 많다. 하지만 부모들이 아들·딸 구별 없이 공부시켜 이 세대 여성들은 한국 역사상 가장 고학력 세대다. 2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가 86.1%로 남성(84.4%)보다 오히려 높다. 이 때문에 고학력 여성이 결혼하기 힘든 사회적 분위기에서 이들이 어떤 결혼관과 자녀관을 갖느냐가 주요 변수가 됐다. 최진호 아주대 명예교수는 "신혼부부 주택문제 해결과 육아휴직 확대 등으로 혼인하고 아기 낳기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들이 한국 인구의 숨통을 터줄 마지막 희망세대"라고 했다. 정부가 임신·출산으로 강제 퇴직하는 일이 없도록 강력한 정책을 펴고, 국공립 확대로 믿고 맡길 어린이집·유치원을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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