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Why] 얼마나 큰손이길래.. 백화점에 무슬림 기도실까지

이정구 기자 2017. 9. 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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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지출액 296만원 '1위'
10명 중 1명은 1만달러 넘게 써
백화점·병원 등서 모시기 경쟁
서울 롯데백화점 명품관 기도실에서 기도하는 무슬림 여성./롯데백화점

지난달 16일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관 6층에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이슬람 기도실이 문을 열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조언을 받아 분리된 남녀 기도실에 코란과 카펫을 비치하고 바닥에는 메카 방향을 알려주는 화살표를 붙였다. 이 백화점 김대수 마케팅부문장은 "사드 여파로 중국 관광객은 줄었지만 무슬림 관광객은 꾸준히 늘고 있다"며 "VIP 무슬림 고객이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기도실과 편의시설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이 백화점 무슬림 고객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 늘었다.

백화점과 면세점 등이 무슬림 고객에게 집중하는 이유는 이들이 유커(중국 관광객)보다 돈을 더 많이 쓰는 '진짜 큰손'이기 때문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에 온 중동 관광객 1명이 평균 2593달러(약 296만원)를 써, 2위를 기록한 중국 관광객(2057달러)보다 500달러 이상 많았다. 외국 관광객 전체 평균은 1625달러였다.

사실 이 조사는 무슬림 관광객의 씀씀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관광객 지출 경비 조사는 1만달러를 최대치로 보고 이 금액을 초과하면 평균 계산에서 제외한다. 평범한 관광객이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조사에 참여한 중동 관광객의 10.8%가 여기에 포함됐다. 1만달러 넘게 쓴 중국인 관광객은 1.9%, 일본인 관광객은 0.2%에 불과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조사부터는 제외 기준 금액을 높이거나 나라마다 다르게 적용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무슬림 관광객은 98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33% 늘었다. 올해는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슬림 관광객 전문 여행사 이투어리즘 관계자는 "무슬림 관광객은 옷과 향수, 자수정이 들어간 보석을 많이 사는데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주저 없이 카드를 꺼낸다"며 "1000만원 넘는 돈을 쉽게 쓰는 것을 보면 다들 석유 재벌 같지만 평범한 회사원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탈모로 고민하는 무슬림들 사이에서 한국 모발 이식술 소문이 나면서 1000만~1500만원 드는 모발 이식 패키지 문의도 늘었다. 백화점과 면세점에서는 고가 시계가 인기가 많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자신 것과 가족 선물용으로 값비싼 시계를 여럿 구매하는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진짜 VIP 무슬림이 찾는 곳은 백화점이 아니라 종합병원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1인 특실 15개를 아랍에미리트(UAE) 환자 전용으로 운영하고 있다. 중동에서 K메디컬(의료 한류) 인기가 늘며 국내 병원을 찾는 VIP가 늘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병원을 찾은 중동 18개국 환자는 2009년 614명에서 지난해 7261명으로 11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중동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는 720만원으로, 전체 평균 진료비(236만원)의 3배 가까이 됐다. 중동국가 중 평균 진료비 1위(1194만원)는 UAE 출신 환자였다. 통역사를 포함한 의료진이 매일 회진하고 환자와 가족의 비자 연장도 병원이 돕는다. 기도실과 아랍어 채널이 나오는 TV, 공항 마중과 배웅은 기본이다. 매년 300~500명의 무슬림 환자가 찾는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전용 병실 15개를 따로 두고 간호사와 통역사를 24시간 언제든 부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VIP 환자의 개인 정보는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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