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갤러리]결코 끊어지지 않을..나는 고려인이다
[경향신문] ㆍ눈물의 타향살이, 한 세대가 이렇게 저물지만
ㆍ고려인 강제 이주 80년, 카자흐스탄에 뿌리 내린 후손들
지난해 여름,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의 한국문화원. 한복을 입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식 예절교육과 한국무용 강습을 카메라에 담다가 한 아이에게 물었다. “재미있어?”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아이가 나를 바라봤다. “한국 춤 배우는 거 재미있어?” 다시 묻자 아이는 뒤돌아서 지켜보고 있던 엄마에게 달려갔다. 당황한 내게 문화원 직원이 말했다. “아이들은 한국말을 못해요.”
80년 전, 고려인들은 봇짐 하나 달랑 메고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야 했다. 1937년 연해주 등 극동지방에 터를 잡고 살던 고려인들은 소비에트연방 정부의 민족재배치 정책에 따라 시베리아행 열차 화물칸에 몸을 실어야 했다. 조국으로부터 더 멀어져 가야 했다. 도착한 곳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우슈토베의 첫 정착지는 고려인 공동묘지로 변했다. 공동묘지 비석에는 ‘이곳은 극동에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이 1937년부터 1938년 4월10일까지 토굴을 짓고 살았던 정착지’라고 새겨져 있다. 삶터를 일구다 부서진 몸들은 그렇게 거기에 묻혔다. 삶을 세우려 한 자리에 그렇게 묘지가 들어섰다.
80년이 흐른 지금, 카자흐스탄에는 10만명 이상의 고려인들이 살고 있다. 우슈토베를 비롯, 키질로르다, 알마티, 아스타나 등의 도시에 정착해 삶을 이어가고 있다.
다행히 거기서 만난 고려인의 표정은 맑고 밝았다. 허허벌판에서 절규했던 1세대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났다. 2세대부터 5세대까지 고려인들은 옅어져 가는 민족 정체성을 이어가며 살아가고 있다. 전체 인구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수민족이지만 다양한 직업군에서 활약하며 카자흐스탄 사회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사진가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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