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말바꾸기" "약속위반"..당청 '사드 내우외환'

박성준 2017. 9. 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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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혁 구분없이 비판 쏟아져 곤혹 / 靑 "일관되게 원칙 지켰다" 밝혔지만 盧정부 괴롭혔던 '대추리 사태' 처럼'콘크리트 지지층' 균열 조짐에 촉각 / 中 '사드반발'에 대북공조도 '먹구름' / 文, 다음주 與野 대표 초청 회동 추진 / 18일 방미..유엔총회 참석 정상외교
청와대와 여권의 내우외환이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방러 중에 결행된 성주 사드( 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미사일 발사대 추가 배치 때문이다. 지난 7일 이뤄진 사드 추가 배치 이후 청와대는 진보·보수 양쪽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북한 핵실험 강행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여론도 적지 않으나 진보진영내에선 ‘약속위반’, 보수진영에선 ‘말바꾸기’란 비판이 쏟아진다. ‘원유 공급 중단’이라는 대북 압박·제재를 실행하는데 결정적 협력을 해줘야 할 중국 또한 사실상 사드 배치 완료에 강하게 반발, 대북 국제 공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김장수 주중대사를 초치했고,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사드 철수를 요구하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또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사드는 북핵처럼 지역 안정을 해치는 악성종양”이라고 연일 맹비난중이다.

그동안 어떤 공식·비공식 언급도 삼가하고 여론 추이를 주시하던 청와대는 8일 “사드 배치와 관련, 문재인 정부는 일관성있게 원칙을 지켜왔다”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는 지난 4월 19일 대선 후보 2차 토론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중국이 제어하지 못한다면 (사드를) 배치할 수도 있다”고 말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또 이번 사드 추가 배치 역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거친 후 엄중한 안보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이뤄진 임시조치임을 강변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발사 후 문 대통령이 사드 임시배치를 지시했고, 그 이후에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기다렸으며, 환경부에서 ‘이상없다’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협의해 날짜를 잡아 진행한 것”이라며 “절차적 정당성 관련, 국회 동의 문제가 있지만 야3당이 ‘사드배치를 빨리하라’는게 공식 입장이어서 사실상 국회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하는 문제에 대해 “현재 검토중이나 언제 이뤄질 지 확실치 않다. 사드 배치 문제가 매우 복합적 성격을 띄고 있어서 아마 국민께 드릴 수 있는 좋은 메세지가 있으면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로 인해 대북 제재 중국 공조 가능성이 좁아진 부분에 대해선 “현재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그 부분이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중국 문제는 또 중국과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할 문제이고 숙제임에는 분명하나 지금 우리 입장에선 북이 더이상 도발 못하도록 압박을 가하는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청와대 입장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문재인 정부 지지층 이반(離反) 사태의 현실화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강력한 지지층을 형성했던 진보진영 일부가 떨어져나간 계기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라크 파병과 더불어 ‘대추리 사태’로 불리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가 꼽힌다. 대규모 공안사건으로 비화했던 대추리 사태 마냥 이번 사태 역시 진보진영 내부에서 극심한 찬·반 논쟁을 일으키며 문재인 정부 국정 동력을 손상케하는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한국갤럽 정례조사(9월5∼7일 성인 1004명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문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해 ‘잘한다’는 답변은 72%로 지난주 조사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20%로 지난주보다 4%포인트 늘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북핵·안보’(28%), ‘과도한 복지’(12%), ‘독단적·일방적·편파적’(7%), ‘사드 문제’(5%), ‘인사 문제’(5%) 등이 꼽혔다.

주호영 대표연설 비판하는 與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오른쪽)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전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비판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이와 관련, 진보진영 내부에선 사드 추가 배치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 초대 외교안보 라인 역량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대선때 문재인 캠프 외곽 자문 조직인 ‘10년의 힘 위원회’ 공동위원장이었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전날 “우리가 촛불로 문 대통령을 뽑았는데, 이름과 용모는 같은 사람인데 다른 사람이 대통령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사드 배치도 그렇고, 전부 촛불 민심과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 전 장관은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통령이 직접 팃포탯(titfor tat, 맞받아치기) 식으로 초강경 지시를 내리는 모양새는 참 보기 좋지 않다”며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매우 잘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사드에 대해선 사과해야 한다. 당은 당연히 사과하는게 순리다. 당에서 ‘사드 효용성없다, 배치 잘못됐다’고 반대 했는데 이제와서 아무말도 안한다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날 공식일정 대신 정국 구상에 집중한 문 대통령은 다음 주 중 여·야 5당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 회동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문 대통령은 여·야 대표들과의 회동에서 방러 결과 및 신북방정책에 대한 설명과 지난 4일 제안한 '여·야·정 국정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각 당 대표들의 의견을 들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왼쪽)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으로 들어가고 있다. 두 사람은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각종 개혁 입법과 새해 예산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한편 문 대통령은 18일부터 3박 5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 유엔총회에 참석한다. 문 대통령은 이번 72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대북 제재의 당위성 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에 모이는 주요 국가 정상들과 회담하는 등 정상외교에도 공을 들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반년도 채 남지 않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활동도 벌일 계획이다.
한편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에서 만찬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민생·개혁 입법과제가 걸린 정기국회에서 당·청이 단합해 대응하자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박영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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