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군사옵션 딜레마..북 ICBM 요격시도할까, 말까

정효식 2017. 9. 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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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7일 "북한에 매우 슬픈 날될 것" 경고했지만
북 ICBM 요격했다 실패시 338조 투입 MD 신뢰 붕괴
이미 국방부에 "북 미사일 공격시 요격하라"고 명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적 옵션의 실행 여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거듭된 경고에도 북한이 조만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할 것이란 징후가 포착되면서다. 따라서 북한 미사일 요격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뉴욕 타임스가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북한의 ICBM 추가 발사 움직임에 “군사적 행동을 피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하나의 옵션”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알 아흐메드 알 자베르 알 사바 쿠웨이트 국왕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는 군사행동으로 가지 않기를 선호하지만 분명히 그것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우리 군에 새로운 숫자, 수백억 달러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매일같이 세계 최고의 아름다운 신무기가 배치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을 향해 이 무기들을 사용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사용할 경우 북한에 매우 슬픈 날이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미국령 괌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전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말하는 군사옵션엔 핵 공격 옵션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상세한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대통령에겐 군사옵션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옵션이 보고됐고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과 대화 가능성에 대해선 “트럼프 정부 출범 직후부터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 놨지만, 그들은 말보다 행동을 보여줬다. 지금은 북한과 협상할 시간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북한의 6차 핵실험은 수소폭탄 시험이 맞다고 사실상 인정했다. “아직 결론을 내리진 않았지만,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주장에 대해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BC방송도 이날 미 관리를 인용해 “3일 실험의 폭발력은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거의 10배인 140kt 이상으로 수소폭탄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백악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본토와 미국령으로 날아오는 그 어떤 북한 미사일도 요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북한이 괌 포위사격을 위협한 직후 국방부에 이런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미 해군 이지스함이 SM-3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북한이 미국령 괌이나 주변 해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요격에 성공할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지스함에 장착된 SM-3 미사일이 정확도가 높지만 미리 요격 가능한 장소에 자리잡고 있어야만 요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실전 배치된 SM-3 블록1A의 경우 요격고도는 최대 500㎞, 사거리 700㎞다. 개발 중인 SM-3 블록2A는 고도 1500㎞, 사거리 2500㎞다. 북한 탄도미사일은 고도 2000㎞ 이상을 쉽게 넘길 수 있기 때문에 하강할 때 요격할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선 북 미사일의 궤도와 타격점을 미리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지난달 말 일본 상공을 최고 고도 550㎞로 통과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요격하지 못했던 것도 일본 이지스함에는 SM-3 블록1A가 탑재돼 있기 때문이다. 북한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향해 날아올 경우에는 사드ㆍSM-3에 더해 최고 요격 고도 2000㎞에 달하는 캘리포니아ㆍ알래스카 기지에 배치된 GBI(지상요격미사일)까지 동원할 수 있어 요격 성공률을 높힐 수 있다. 하지만 실전이 벌어질 경우에는 아무도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 알래스카주와 캘리포니아주 공군 기지에 배치돼 있는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국]
이런 까닭에 요격 시도에 대한 부담도 만만찮다. 만약 실패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굴욕을 당하는 것은 물론 미국이 지금까지 3000억달러(약 338조원)을 쏟아부은 미사일방어(MD)체계에 대한 신뢰는 무너진다. 그렇다고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선제타격하는 것도 쉽지 않다. 북한의 미사일 기지가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고, 이동식발사대(TEL)를 활용한 미사일 공격은 사전 포착이 어렵기 때문이다. 1000기 이상의 탄도미사일과 최대 1000기로 추정되는 방사포를 보유한 북한의 대규모 보복도 선제타격을 주저하게 한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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