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먹겠다" 구글, 대만 HTC 인수?..삼성⋅애플⋅LG 화들짝

박성우 기자 입력 2017. 9. 8. 11:33 수정 2017. 9. 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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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대만 스마트폰 제조사 HTC 인수합병(M&A)에 나선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7일(현지시간) 대만 언론 보도를 인용해 “구글과 HTC가 인수협상 최종 단계에 들어가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인수 가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 매체는 구글이 HTC를 인수할 경우 지난 2014년 모토로라를 매각 한 뒤 3년 만에 다시 하드웨어 업체로 복귀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구글은 지난 2011년 하드웨어 부문 강화를 위해 모토로라를 125억 달러에 인수했지만, 중국 레노보에 모토로라를 29억 달러에 매각해야 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인 구글이 하드웨어 사업을 잘 이해하지 못해 흥행작을 만드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구글이 뼈아픈 기억을 지우며 다시 스마트폰 업체인 HTC를 인수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다먹겠다” 구글의 야망(野望)...HTC는 어떤 회사?

구글은 지난해 5인치 픽셀과 5.5인치 픽셀XL을 공개했다. 이른바 구글이 ‘메이드 바이 구글(made by google)’ 시대를 선언한 것이다. 올해 10월에는 두 번째 픽셀 시리즈인 ‘픽셀2’와 ‘픽셀2 XL’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하드웨어 사업에 진출하는 배경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안드로이드 OS의 영향력을 더욱 끌어 올리기 위해서다.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가 발표한 1분기 스마트폰 OS 점유율 자료를 보면 안드로이드는 86%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애플 iOS는 14%, 윈도우는 0.1% 수준이었다.

구글 픽셀폰

또한 구글은 스마트폰 사업 진출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에서 구글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가전 제품과 다양한 악세서리,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구글이 최근 자체 브랜드 프리미엄폰인 픽셀폰의 성공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하드웨어 업체인 HTC까지 인수하게 되면 애플에 큰 도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지난해 전 모토로라 CEO를 지낸 릭 오스텔로(Rick Osterloh)를 하드웨어 부문 총괄 책임자로 임명했다. 이후 픽셀폰을 비롯해 인공지능(AI) 홈 스피커인 ‘구글 홈’과 가상현실(VR) 헤드셋 ‘데이 드림 뷰’를 잇달아 출시했다.

구글은 안정적인 픽셀폰 생산과 공급을 위해 오랜 기간 HTC와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HTC는 2008년 세계 최초로 구글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 ‘드림’을 출시했다. HTC는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안드로이드 OS 정착에 큰 공을 세웠다.

HTC는 지난 2010년 출시된 구글의 첫 레퍼런스폰 ‘넥서스 원’의 생산도 맡았다. 레퍼런스폰이란 구글이 출시한 새 안드로이드 OS를 가장 먼저 탑재, 개발자들이 앱을 개발할 때 참고가 되는 스마트폰을 말한다. 이후 2016년에는 구글이 넥서스 브랜드를 버리고 자체 브랜드인 ‘픽셀'을 출범하며 선보인 픽셀과 픽셀 XL 역시 HTC가 생산을 맡았다.

HTC가 출시한 최초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드림'

전자업계 관계자는 “HTC는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가상현실(VR) 헤드셋 ‘바이브’ 사업도 하고 있어 구글과 협력할 분야가 많다"며 “구글이 HTC를 인수할 경우 스마트폰 제조 생태계에 큰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구글과 HTC는 인수협상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다. 그러나 구글은 매각 협상이 진행중인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전했다.

◆ 구글의 HTC 인수설에 고민 깊어지는 삼성, LG, 애플

구글이 HTC를 인수할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제조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픽셀이 갤럭시S 시리즈나 아이폰과 같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한축을 담당할 만큼 성장한다면 애플 역시 마음 편한 상태는 아니다.

특히 구글의 레퍼런스 폰 넥서스 시리즈를 제조하며 구글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LG전자의 충격은 크다. LG전자는 지난 2012년 넥서스4를 시작으로 넥서스5, 넥서스5X 등 구글의 레퍼런스폰 개발과 설계, 생산을 맡아왔다. 실제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에 빠지자 MC사업부를 구글이 인수할 수 있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대만에 위치한 HTC 사옥의 모습

구글의 픽셀 물량 확보를 위해 그동안 HTC와 경쟁을 펼쳐왔기 때문에 HTC가 구글에 흡수될 경우 픽셀 물량이 줄거나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 한 연구원은 “구글의 HTC 인수로 가장 민감한 기업은 LG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LG전자가 G시리즈나 V시리즈 등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손익분기점을 넘을만한 물량이 뒷받침 돼줘야 한다”며 “LG전자가 구글의 픽셀폰2 일부 모델을 위탁생산해 스마트폰 사업을 유지할 것으로 봤는데, 상황이 아주 복잡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LG전자는 픽셀2 XL의 생산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형 제품인 픽셀2는 HTC가 생산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는 구글과 LG전자의 협력관계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구글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공급 받기 위해서 LG디스플레이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LG전자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에 구글 AI 솔루션 ‘어시스턴트'를 탑재하는 등 AI 생태계 확장에도 협력하고 있는 만큼 구글이 HTC 인수와는 별도로 LG전자와 돈독한 관계를 가져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LG전자는 10월 출시하는 픽셀2 XL을 비롯해 2018년에 출시되는 픽셀3까지 물량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2018년 2분기부터 픽셀3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픽셀2 XL 렌더링 이미지 /안드로이드 폴리스 캡처

최근 인공지능(AI) 독립을 외치며 ‘빅스비'를 출시해 구글과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구글의 스마트폰 사업 진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갤럭시폰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하는 만큼 표정 관리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10월 출시하는 픽셀2는 구글의 새로운 운영체제 ‘안드로이드O’와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되면서 그 어느때보다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태다.

‘아이폰8’을 준비하는 애플도 구글의 하드웨어 야욕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픽셀2가 성공하면, 아이폰8의 신제품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애플 최대 과제인 iOS 점유율 확대도 어려워지게 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구글을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애플이 스마트폰을 놓고 세트(완제품), 부품, 운영체제, 생태계(앱스토어) 등 여러 가지로 얽히고 설켜있다”며 “구글이 HTC 인수는 스마트폰 업계의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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