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20년, 재계 사라진 그룹과 떠오른 그룹

임동욱 기자 2017. 9. 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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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이후 상당수 그룹 해체·도태..삼성그룹 17년째 재계 1위

지난 20년 동안 우리 재계는 극심한 판도 변화를 겪었다. 1997년 30대 기업 집단 중 현재 '30대 그룹' 명단에 자리를 유지한 곳은 11곳에 불과하다. 과거 재계를 쥐락펴락하던 상당수 그룹이 경제위기를 맞아 뿔뿔이 해체되거나 30대 그룹 밖으로 밀려나는 운명을 맞았다.

1997년 당시 재계 순위 1위는 현대그룹이었다. 57개 계열사를 거느린 현대그룹의 총자산은 53조6000억원으로 2위 삼성그룹(51조7000억원)보다 2조원 가량 많았다.

LG그룹과 대우그룹, 선경그룹은 재계 순위 3~5위로 상위권을 달렸고, 쌍용, 한진, 기아, 한화, 롯데가 10대 그룹을 형성했다. 금호, 두산, 대림, 한솔, 효성 등은 11~20위권, 고합, 동부, 동양 등 기존 대기업들도 3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1997년 '30대 그룹'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기업 집단은 4곳. 이 중 미원을 제외한 3곳은 첫 30위권 진입이라는 점에서 '무서운 신성'으로 주목받았다.

1970년대 국내 최초로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건설하고 컬러 TV를 생산한 아남그룹은 이후 건설, 환경, 시계사업 등에 진출하며 사세를 키웠고, 1997년 재계 순위 26위로 30대 그룹에 처음 진입했다.

건설, 부동산 사업으로 출발해 유통, 레저, 금융 등 매년 인수합병(M&A)에 나서며 덩치를 키운 거평그룹은 28위에 올랐고, 신호제지를 주력으로 하는 신호그룹도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선 결과 창립 20년 만에 30대 그룹(30위)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1997년은 재계에 악몽과 같았다. 본격적인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부터 대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1월에는 재계 순위(1996년 기준) 14위 한보철강이 부도처리된데 이어 3월 삼미그룹(26위)이 부도를 맞았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재계 순위 8위 기아차는 7월 부도유예협약 적용 대상이 된 이후 10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다음해 현대자동차에 매각됐다. 24개 계열사를 거느린 진로(19위)가 두달 뒤인 9월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11월 들어서는 재계 24위 해태그룹과 25위 뉴코아가 나란히 부도를 맞았고, 12월에는 한라그룹이 부도처리 되며 쓰러졌다.

새롭게 30위권에 들었던 '신성'들도 외환위기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아남그룹은 1999년 2월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그룹이 해체됐고, 아남반도체는 2004년 동부그룹에 합병됐다. 거평그룹은 1998년 5월 해체됐다. 신호그룹도 신호제지 등 주력 계열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1997년 12월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하에서 재계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5대 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은 선단식 경영 해체를 선언하고, 중복, 과잉투자업종을 정리하기 위한 '빅딜'(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또 주채권은행과 재무약정 개선계약을 체결하고 주력 핵심업종을 3~5개로 축소하고, 계열사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1998년 재계 2위까지 올랐던 대우그룹은 외환위기와 확장경영에 따른 자금난에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결국 해체됐다. '대마불사' 신화가 깨진 순간이었다. 쌍용그룹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다.

이밖에 동아건설은 2000년 11월 부도 처리됐고, 고합그룹도 1998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해태그룹은 1997년 11월 주력 계열사인 해태제과가 부도를 내면서 해체됐다. 뉴코아그룹은 과도한 부채 등에 시달리다 1997년 11월 부도를 맞았고, 2003년 이랜드그룹에 인수됐다. 한일그룹은 외환 위기로 경영난을 겪다가 1998년 한일합섬과 국제상사가 부도를 내면서 해체됐다.

이처럼 상당수 그룹들이 사라져간 가운데, '도전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기업들도 있다.

삼성그룹은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한 삼성전자를 기반으로 독보적인 국내 최대 기업집단으로 우뚝 섰다. 2001년 현대를 제치고 재계 1위에 오른 삼성은 이후 17년 연속 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2위), 현대중공업그룹(9위), 현대백화점그룹(23위) 등 옛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그룹들도 건재하다.

선경그룹은 1998년 SK그룹으로 그룹명을 바꿨고, 2012년 2월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갖췄다.

LG그룹은 2003년 11월 전선과 금속 부문을 계열분리한 LS그룹을, 2005년 1월에는 에너지, 유통, 건설 부문을 떼어낸 GS그룹을 각각 출범시켰다.

이밖에 임대주택업이 주력인 부영은 2009년 재계순위 30위권에 진입했고, 금융그룹인 미래에셋은 2013년 30대 그룹에 처음으로 진입했다. 2015년 팬오션을 인수하며 자산이 불어난 하림그룹은 올해 30대 그룹이 됐다.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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