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쳐도 경찰이 되돌려보내" .. '염전 노예 사건' 국가배상 오늘 판결

문현경 2017. 9. 8.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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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권 제대로 행사 않은 국가에 책임"
피해자 8명, 2억4000만원 배상 청구
전남 신안군 신의도 염전 모습. [중앙포토]
영등포 역전에 있는데 '재워주고 먹을 것도 주고 일자리도 소개시켜 주겠다'며 유인하여 목포로 데려갔습니다.무슨 일인지 몰라 물어보니 염전일이라며, '어렵지도 힘들지도 않고 쉽게 일할 수 있다. 3개월만 일하라' 하며 소개소 놈들이 섬에 저를 팔아 넘겼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좀처럼 닿지 않는 전남 신안군의 외딴 섬에서 감금된 채 노예처럼 일하며 폭행을 당하던 이들을 구출한 것은 신안군청 직원도 지역 경찰관도 아니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섬 밖으로 몰래 보낸 편지 한 통이었다. 1년 5개월 동안 소금을 만들었던 시각장애인 김모씨는 세 차례나 도망치려 했지만 번번이 주민들의 방해로 실패하자 서울에 있는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냈다. '염전 노예' 사건이 서울 구로경찰서의 수사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배경이다.
2015년 1월 2일 CNN은 새해 첫 한국 뉴스로 '염전 노예' 사건을 다루며 '생지옥(A living hell)'이라고 표현했다. [CNN 인터넷판 기사 캡쳐]
2014년 세상에 나온 '염전 노예'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배상청구소송 첫 선고가 7일 오후에 나온다. 2015년 11월에 장애인단체 등 30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염전노예장애인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장애인들이 폭행과 억압을 당하며 사람으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한 일에 국가의 책임이 인정돼야 한다"며 나선지 1년 10개월 만이다. 소송 원고인 피해자 8명 중 6명은 지적장애인이다.

이들이 염전 업주가 아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게 책임을 묻는 이유는 이러한 노예 행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묵인하고 방조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근로감독관은 정기적으로 사업장(염전)을 감독해야 하는데 직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신안군청은 직업소개소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으며, 탈출을 위해 찾아간 파출소에서는 오히려 피해자를 염전 업자에게 연락해 되돌려 보내고, 경찰관은 폭행 피해자의 신고를 묵살하는 등 공권력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이다.

'염전 노예' 사건을 다룬 영화의 한 장면.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 스틸컷]
적게는 1년여 만에, 길게는 20년 만에 섬에서 나올 수 있었던 8명의 피해자들은 정부와 신안군청·완도군청에게 2억4000만원을 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그동안 '염전 노예' 피해자들이 염전 업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을 청구해 인정된 사례는 있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국가를 상대로 한 재판의 선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5월 광주지법에서는 1년 2개월 동안 염전에서 일한 피해 장애인에게 염전 업주가 1억6087만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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