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읽고 전시회 초대권 받자!
단독 

“우체국, 무사고 달성하려…교통사고 환자 병가 처리”

이유진 기자

스스로 목숨 끊은 집배원…동료들의 증언

지난 5일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집배원 이모씨가 소속된 광주 서광주우체국이 ‘안전 무사고 1000일’ 달성을 위해 교통사고를 당한 이씨에게 사고처리가 아닌 병가처리를 종용했다는 동료 집배원들의 증언이 나왔다. 서광주우체국 측은 “안전 무사고 1000일을 앞두고 있던 건 맞지만 출근을 재촉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씨의 동료 집배원 ㄱ씨는 7일 “서광주우체국은 오는 12월 무사고 1000일을 앞두고 있다”며 “무사고 1000일을 달성하면 가점이 주어지니까 다친 사람에게 사고처리 대신 병가를 내도록 하고 출근을 재촉했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업무 중 교통사고가 난 걸 사고처리하면 무사고 실적이 깨지기 때문에 ‘내가 아파서 쉬고 싶다’는 식으로 병가를 내게 하고 연차를 쓰도록 하는 관행이 있다”며 “이씨 역시 병가와 연차를 썼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달 10일 오토바이를 타고 집배 업무를 보던 중 중앙선을 침범한 차량과 충돌해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 이씨는 병가 3주와 연차 2일을 사용했다. ㄱ씨는 “뼈가 부러지거나 하지 않은 이상 우체국에선 다친 걸로 보지도 않는다”며 “이씨가 고통을 호소했으나 골절 등의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우체국 측은 ‘꾀병이 아니냐’는 식의 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병가를 쓰면 안전 무사고 1000일 목표 달성에는 지장이 없지만 우체국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내부에서 불만이 많이 나왔다”며 “책임직 직원들의 입장에선 이씨를 나오라고 독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덧붙였다.

또 다른 동료 집배원 ㄴ씨는 “우체국 책임직 직원이 직원들을 모아놓고 ‘누가 이씨랑 친한 사람 있으면 전화해서 이야기 좀 해라. 무사고 1000일 곧 있으면 달성되는데 다 끝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씨가 한 달 전 교통사고가 났는데 일정기한이 넘으면 위로 보고가 들어가 무사고 1000일이란 목표가 무산되게 됐었다”며 “그래서 우체국 책임직이 많이 닦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광주우체국 관계자는 “안전 무사고 1000일 앞두고 있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것 때문에 출근을 재촉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씨가 원하는 대로 3주 병가에 이어 2일 연가를 한 뒤 출근이 가능한지 묻기 위해 연락을 취했을 뿐 과도한 업무지시는 전혀 없었다”며 “병가 전에도 공동작업에서 제외시켜주는 등 배려를 많이 했는데 그럼에도 본인이 힘들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고인이 교통사고로 병가를 사용한 이후 서광주우체국 집배실장이 지난달 31일 고인의 건강 상태와 추가 병가사용 여부 등을 묻기 위해 한 차례 전화한 것이 전부”라며 “사망 추정시간 이후에 ‘내일 출근(가능)한가’, ‘아무 연락 없으면 무단결근이다’ 등의 문자 메시지를 3회 발송했다”고 밝혔다. 또 “최근 연이은 집배원 사망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상황에서 또다시 집배원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해 매우 안타깝고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Today`s HOT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라파 난민촌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피크닉 짜릿한 질주~ 실내 스노우파크 아르메니아 총리 사임 요구 시위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 아이오와 마을 한국 유도 김민종·허미미 금의환향!
시리아, 노란빛 밀 수확 베트남 주택 밀집 지역 화재
하버드대 졸업생 집단 퇴장 미-케냐 정상의 백악관 국빈만찬 뉴욕에서 선거 유세하는 트럼프 진먼섬에서 훈련하는 대만군 병사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