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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돕고 나니 땀범벅 .. 밥 먹는 30분도 미안해하는 그들

김준영 입력 2017.09.07. 01:05 수정 2017.09.07. 09:34
중앙일보 기자, 사회복지사 1일 체험
중증장애 2명 목욕 돕다 조마조마
1일 2교대, 한 사람당 6~7명 맡아
월급은 평균 임금 80% 이하 수준
희생·봉사만 강조 말고 처우 개선을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중증장애요양시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한사랑마을’에서 김준영 기자(오른쪽)가 한 장애인의 식사를 돕고 있다. 이곳에선 28명의 사회복지사가 일한다. [사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혁수(가명)씨는 골다공증이 있어 목욕시킬 때 특히 조심하셔야 해요. 옷 입히기 전엔 아토피 약을 꼭 온몸 구석구석 발라주시고요. 성호(가명)씨는 먹는 것보다 뱉는 게 많아 밥에 영양가루를 추가로 넣어 먹이세요. 먹다가 경기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깐, 그땐 제게 바로 알려주세요.”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중증장애요양시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한사랑마을’에서 만난 연제선(29) 사회복지사가 기자에게 꼼꼼하게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연씨는 이곳 ‘다니엘방’에서 지내는 6명의 장애인을 돌보는 엄마이자 선생님이다. 6명에게 아침을 먹이고 목욕을 시키고 이동시키는 것까지 오롯이 그의 몫이다.

사회복지의 날(7일)을 앞둔 지난 5일 사회복지사 1일 체험에 나선 기자에게 연씨는 “생각보다 힘드실 수 있어요”라며 웃었다. 지체장애·뇌병변 등을 앓고 있는 장애인 100명이 거주하는 이곳엔 28명의 생활재활 사회복지사가 연씨와 함께 일하고 있다. 3개조 1일 2교대(주·야간)로 일하며 한 사람당 6~7명의 장애인을 담당한다.

30대 동건씨는 고지혈증을 앓고 있어 식사 전에 약을 먹었다. 가루약을 물에 타 묽게 만든 뒤 한 스푼씩 떠 먹였다. 입을 벌리는 순간을 잘 포착해 숟가락을 바로 넣다 빼야 했다. 재채기를 하면 약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날 혁수씨와 성호씨는 이발을 했다. 미용 자원봉사자들이 2년 전부터 매월 첫째 주 화요일에 이곳을 찾는다. 연씨가 “몸에 붙은 머리카락 때문에 힘들 수 있다”며 목욕을 지시했다. 30대 안팎의 성인 남성 두 사람을 휠체어에서 목욕탕으로 옮겼다. 몸을 움직이다가 벽에 부딪히는 탓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기자의 땀방울이 목욕탕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점심시간이 되자 식판을 휠체어에 끼워 고정시키고 죽처럼 묽게 만든 밥을 먹였다. 삼키는 게 반, 뱉거나 흘리는 게 반이다. 사회복지사들의 점심시간은 30분 남짓이다. 옆방 사회복지사들과 교대로 밥을 먹기 때문에 식사 시간이 길어지면 다른 복지사의 일이 더 많아진다. 연씨는 연신 시계를 보며 동료들에게 미안해했다.

오후엔 방 청소를 하고 재활훈련을 도왔다. 처음엔 서지 못했던 남수(가명)씨가 이젠 부축을 받으면 걸을 수 있게 된 것도 이 훈련 덕분이라고 했다. 오후 2시30분쯤 한사랑학교에서 하교한 8살 찬혁이가 연씨에게 원숭이처럼 매달렸다. 청각장애를 앓는 찬혁이는 자석보청기를 끼고 있었다. 간간이 허리 통증을 호소하던 연씨가 찬혁이를 번쩍 안아 올렸다.

대학 졸업 후 사회복지사의 길을 걷게 된 연씨는 “정말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데 점점 우리 사회가 사회복지사를 봉사자 내지는 희생자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사회복지사의 기본 급여 가이드라인은 1호봉 연봉이 1966만원, 과장급은 2301만6000원, 부장급은 2547만6000원이다. 전체 임금 평균의 80% 이하 수준이지만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11개에서 가이드라인보다 낮은 임금을 주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2014년 발간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보수 수준 및 근로 여건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직 사유 중 ‘보수가 낮아서’라는 답이 30.7%로 가장 많았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광역자치단체장에게 사회복지사의 처우 및 인권 관련 권고를 했지만 권고 사항일 뿐이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지난 6월 사회복지사의 낮은 임금 문제를 임금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적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연씨는 “지금의 사회복지 구조는 자원봉사와 사회복지사들의 희생으로 감당하는 부분이 많다. 희생과 봉사가 필요한 일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것만으로 버티다가 언젠가 모두 쓰러질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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