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文대통령, 中日보다 먼저 러시아 갔지만 푸틴과 북핵 '평행선'

김현 기자 입력 2017.09.0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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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원유공급 중단" 요청에 푸틴 "민간 피해 우려"
한-유라시아 FTA 추진 등 진행키로 뜻 모아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블라디보스토크=뉴스1) 김현 기자 = 제3차 동방경제포럼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6차 핵실험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 논의했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한미일이 추진하고 있는 '보다 강력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안의 핵심사항인 '대북 원유수출 금지'에 있어 실효성 확보의 키를 쥐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소극적 입장을 보이면서 한미일의 대북 제재 구상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는 미일 주도 대북 제재에 대한 중러의 강한 저항이 예상되는 대목으로 읽힌다.

역대 대통령들과는 달리 취임 후 일본, 중국에 앞서 러시아를 먼저 방문했지만 핵심 이슈인 북핵 문제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35분부터 1시간15분 동안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내 회담장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과 가진 단독정상회담에서 "북한을 대화의 길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유엔 안보리 제재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며 "이번에는 적어도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을 중단하는 것이 부득이한 만큼 러시아도 적극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우리도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하고 규탄하고 있지만, 원유공급 중단이 북한의 병원 등 민간에 대한 피해를 입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열린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최고도의 대북 제재 및 압박을 통해 북한의 도발을 중단시키고 대화로 이끌어내겠다는 문 대통령과 달리 "제재와 압력만으로는 안 된다. 감정에 휩싸여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면 안된다"며 '정치외교적 해결'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북한의 6차 핵실험 다음날인 지난 4일 밤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전화통화에서 드러났던 간극의 차를 고스란히 반복했다는 평가다.

당시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대북 원유공급 중단과 북한 해외노동자 수입 금지 등 북한의 외화 수입원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유엔 안보리에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의 핵 문제는 오로지 외교적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현재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미국과 북한이 자칫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도발을 중단하고 '쌍중단(북한의 핵실험·탄도미사일 발사와 한미연합훈련 동시 중단)' 이행을 통해 협상을 재개를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6월 전제조건 없는 대화, 상호 비방 자제 등의 내용이 담긴 북핵 해결 로드맵을 제안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정부가 주최하는 제3차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위해 6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국무위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2017.9.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이에 따라 중국과 함께 북한에 가장 많은 원유를 수출하는 나라이자 북한 노동자 송출국가인 러시아의 추가적인 대북 제재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구해 "차원이 다른,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제적인 대응조치"를 추진하려고 했던 문 대통령의 구상은 물론 한미일의 추가적인 대북 제재안 추진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청와대는 북한 원유수출 중단과 관련한 양 정상간 대화는 의견을 교환한 것이라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제안에 ) 수용여부를 밝혔기 보다는 본인 얘기를 한 것"이라며 바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의견이 같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양국 외교부 장관 등이 적극적으로 방안을 고민하기로 했다는 게 결론"이라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선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대신 경제적 협력 분야에선 상당한 성과물을 거뒀다.

정상회담에 앞서 열렸던 한러 경제공동위는 한-유라시아 FTA(자유무역협정) 추진을 위한 한러 공동작업반 구성에 합의했으며, 가스관과 전력망, 한반도종단철도(TKR) 및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등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에 대한 협의채널 재개 및 공동연구 수행 등을 진행키로 뜻을 모았다.

또한 극동지역 인프라 사업 등에 우리 기업 지원을 위해 3년간 20억불 규모의 극동금융 이니셔티브를 신설하는 동시에 한국 전력과 러시아 로시티 간 사이의 아시아 슈퍼그리드의 일부가 될 수 있는 한러 전력망 사업에 대해 사전 공동연구를 실시키로 합의했다. LNG(액화천연가스) 도입에 대한 건설적 논의와 함께 유조선 15척의 한국 건조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현재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과는 별도로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을 추진하되 일단 한러간 관계발전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도 살려가겠다는 구상이다.

cho1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