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공급 중단" "골목 몰면 안돼"..헛바퀴 돈 대북공조

박성준 2017. 9. 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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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정상회담' 무슨 얘기 오갔나

북한 6차 핵실험 사흘 만인 6일 열린 한·러 정상회담은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에 ‘한·북·러 삼각협력’이라는 중장기 해법은 도출했지만 단기 대응책 마련에는 실패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이 부득이하다”고 강조한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면 안 된다”며 3단계 로드맵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 고강도 제재에 대한 양국 간 이견을 확인한 자리가 된 셈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정부의 ‘실질적 대북 압박과 제재’ 추진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헛바퀴 돈 대북 공조 논의

문 대통령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 마련된 단독회담장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 때문에 국제 정치 상황이 아주 엄중해졌다”며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그런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전화통화에 이어 또다시 푸틴 대통령에게 “북한의 도발을 멈출 수 있는 지도자가 푸틴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인 만큼 두 지도자가 강력한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북한을 대화의 길로 끌어내기 위해선 유엔안보리의 제재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북 원유공급 중단 협조를 거듭 요청한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이 최초의 6자회담에 응하지 않아 중국이 원유공급을 중단한 적도 있는데, 그 이후 북한이 6자회담에 참여했다”며 원유공급 중단 조치가 북한의 대화 복귀에 효과적인 압박 수단임을 강조했다.

악수하는 韓·러 정상 러시아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한·러 정상회담 공동 언론발표를 마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악수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1년에 4만t 정도 미미한 양의 석유를 수출하고 있다”며 “북한은 아무리 압박해도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양국 정상 단독회담 및 오찬을 겸한 확대회담 후 이뤄진 공동 언론 발표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궁지로 몰아세울 것이 아니라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냉정하게 접근하고 긴장완화에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미·일 주도의 송유 중단 등 한 차원 강화된 대북 제재 방안에 동참하지 않을 뜻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대신 정치외교적 해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북핵 문제는 러시아와 중국이 마련한 ‘북핵 해법 로드맵’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중·러가 계속 주장한 북한 핵 개발과 한·미 군사훈련을 함께 동결하는 ‘쌍중단’,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한과의 평화협정 협상을 동시에 추진하는 ‘쌍궤병행’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5월 정부가 보낸 특사에게 푸틴 대통령이 3단계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1단계로 북한이 추가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한·미동맹도 군사훈련을 축소·중단하고 2단계로 남·북, 북·미 간에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며 3단계로 동북아지역 안보체제 수립을 위한 협상을 개시해 군비체제, 주한미군 등 복합적 이슈를 다루는 방안을 한반도 긴장완화 로드맵으로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오후 (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단독 정상 회담을 열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통역, 문 대통령, 푸틴 대통령, 통역, 라브로프 외교장관, 트루트네프 부총리 겸 극동전권대표
◆한·러 경협→한·북·러 경협

양국 정상은 한·러 협력을 교두보 삼아 한·북·러 삼각협력을 이끌어내는 구체적 방안에는 합의했다. 우선 국내 기업 극동 진출을 위한 20억달러 규모의 투·융자 플랫폼과 ‘한국투자기업지원센터’가 설립된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한·러 협력관계가 남·북·러 3각 협력차원에서 다뤄져 남·북관계가 좋지 못하면 한·러관계마저 정체되는 상황이었던 만큼 한·러 협력 자체를 목표 삼아 양국이 협력하되 이후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만약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주변국들이 체제 안정을 보장해준다면 남북과 러시아는 철도연결, 전력연결, 북한을 통한 가스관 연결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제번영을 함께 이뤄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앞으로 북한과의 협력을 확대하면서 한국과 러시아, 북한 간에는 3각 프로젝트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서 우리는 경제 협력 강화뿐 아니라 한반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블라디보스토크=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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