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의 인디음악 활성화 프로젝트..아이엠낫과 함께 '무모한 도전'
[경향신문]
“결국 실력이 갖춰진 팀들은 대중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지속적인 음악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젊은 뮤지션들의 꿈을 함께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가수 이승환이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아지트광흥창에서 취재진 앞에서 ‘인디음악 활성화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인디음악이 대중의 관심을 받은 이후 2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대다수 인디밴드들은 무관심 속에서 어렵다”면서 “실제로 홍대앞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라이브클럽들은 문을 닫고 밴드들은 공연을 해도 수익을 얻을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이승환은 2015년 10월부터 인디밴드 지원 프로젝트 ‘프리프롬올’을 진행해왔다. 클럽에는 대관료를 지불하고, 밴드에게 연습비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수익금 역시 밴드에게 돌아가도록 했다. 지금까지 98회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일부 성공한 인디 뮤지션들도 있지만, 많은 밴드들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프로젝트로 한 밴드가 화제성을 가지게 돼 이 친구들이 성공하게 된다면, 그래서 이들이 성공의 상징이 된다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좋은 선배, 선의의 누군가가 또 나설 수 있을 것이고요. ‘<무한도전>에 나가고 싶다’는 인디밴드들의 농담이 있는데요. 다양한 꿈의 펼침막을 열어주고 싶습니다.”
CJ문화재단과 함께 하는 ‘인디음악 활성화 프로젝트’는 다음달 3인조 남성 밴드 ‘아이엠낫’의 2350석 규모의 공연 ‘2017 아이엠낫 Fly’을 여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승환은 이를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기적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임헌일(보컬·기타), 양시온(베이스), 김준호(드럼)로 구성된 아이엠낫은 2006년 대학시절 결성한 5인조 모던록 밴드 브레맨으로 함께 활동했고, 팀 해체 후 10여년간 각자 프로듀싱, 작·편곡, 연주, 노래 등 다방면으로 활약하다 2015년 아이엠낫 이름으로 다시 모였다. 이승환은 “아이엠낫의 공연을 보고 ‘이런 친구들은 2300석 무대에 서도 마땅하지 않나’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승환은 “음악만 좋다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방송이라는 한정된 자원의 제약을 넘어 음악생활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유료라도 보러 오고 싶은 공연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며 “이번 아이엠낫 공연과 같은 기회를 통해 후배들에게 공연 기획, 연출 등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고 또 다양한 무대에 설 기회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환은 10월 공연을 함께 기획했을 뿐 아니라 드림팩토리의 최고수준 공연 장비까지 지원한다.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 것에 관한 고민은 없었을까. 이승환은 “CJ문화재단이 인디 뮤지션 지원사업을 해온 것에 관한 믿음이 있었다”면서 “혼자 하기에는 홍보나 재정적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국카스텐의 선전으로 다른 록 뮤지션들에게도 일들이 늘어났다고 한다”면서 “어떤 매체를 통해서라도 후배들이 기회를 얻길 바란다. ‘스타 플레이어’가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스타 플레이어가 나오면 그 음악 신 자체가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아이엠낫의 임헌일은 “거대한 자본의 투자를 받아서 저희를 위한 공연을 열어준다는 것은 굉장히 고마운 일”이라면서 “10여년 활동하면서 이 음악신에서 우리의 ‘파이’가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이 프로젝트가 쉽지만은 않은 것을 알고 있어 두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준비기간을 거치면서 지금은 감사한 마음,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어느 무대든 똑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대형 무대라고 해서 특별한 부담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이 상황 안에서 (콘서트를) 멋지게 해내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아이엠낫은 이달과 다음달 싱글 앨범을 연이어 발표하고 버스킹을 통해 콘서트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공연은 드림팩토리클럽, CJ문화재단, 그래비티뮤직이 공동 제작·지원하는 콘서트로, 다음달 10월 21일 토요일 YES24 라이브홀에서 열린다. 티켓은 YES24(http://ticket.yes24.com)에서 예매 가능하며, 현재 선예매 프로모션으로 1장 가격으로 2매를 제공하는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공연 관련 보다 상세한 문의는 ㈜드림팩토리클럽(02-479-2455)에 하면 된다.
한편 이승환은 이날 최근 이른바 ‘MB헌정곡’이라 불리는 노래 ‘돈의 신’을 발표한 이후 개인적인 상황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돈의 신’과 관련한 이슈로 이번 프로젝트에 관한 주목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오히려 ‘돈의 신’에 대해서는 홍보할 방법이 없었고 ‘각하의 장벽에 막혀서’ 이슈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촛불정국에서 광화문광장 무대에 섰고, 국민 위로송 ‘길가에 버려지다’를 발표했고, 최근 ‘돈의 신’까지 발표하면서 정치적인 이슈 안에서 자신이 언급되는 것에 대해서 내적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수라는 이미지가 행동들로 잠식돼 있다”면서 “사람들은 제 말을 들으려하지, 제 음악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최근 많이 받았다. 확정적으로 말씀드릴 순 없지만 고민스럽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걸 하고 있지만, 요즘에는 솔직히 조금 갈등이 있다”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선 코앞’ 문재인 전 대통령 기소…검찰, 당사자 조사도 없이 “뇌물 공범”
- [속보]‘경북 산불’ 피의자 2명 구속영장 기각···“도망·증거 인멸 소명 부족”
- “폭행치상 전혀 없다”던 김문수, 토론회 직후 ‘정정 자료’···이재명 사례 의식했나
- 농구교실 1억8000만원 횡령·배임···강동희 전 프로농구 감독 징역 1년 2개월
- [속보]‘성소수자 축복’ 이후 2년 정직 징계받은 이동환 목사, 항소심도 패소
- ‘공군기지 무단 촬영’ 중국인들, 석방 이틀 만에 또 군사시설 찍다 적발
- 문중원 기수 죽음 내몬 ‘마사회 비리’…6년 만에 유죄 확정
- ‘안보’ 이유로…증인 신문도 공개 안 하는 ‘내란 공범 재판’
- 이재명 싱크탱크 ‘성장과통합’ 내부 주도권 다툼에 와해 위기
- [단독] “의대생 문제는 일단 주호랑 빨리 해결해야”···메디스태프에 ‘의대생 복귀’ 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