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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지, 입열었지만…로힝야 언급 '없었다'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 원론적 입장뿐
로힝야 무장세력은 '테러리스트' 지칭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2017-09-06 15:52 송고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 여사. © AFP=뉴스1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 여사. © AFP=뉴스1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자 정부 실권자인 아웅산 수지 여사가 최근 가열되고 있는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 유혈사태에 대해 6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로힝야족 무장세력을 지칭해서만 "테러리스트에 의한 잘못된 정보가 퍼지고 있다"고 했을 뿐 로힝야족 박해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내놓았을 뿐이다.

CNN,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국가자문실은 이날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수지 여사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통화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올렸다.
국가자문실은 성명에서 수지 여사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미얀마 정부는 라카인주에 있는 모든 주민들을 최선의 방법으로 보호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로힝야족의 근거지인 라카인주는 언급했지만 로힝야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수지 여사는 에르도안 대통령에 앞서 터키 부총리가 사망한 로힝야족이라며 올렸다가 삭제한 사진을 거론하며 "(터키의) 부총리가 퍼뜨린 이런 유형의 가짜 정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지역사회 간에 문제를 초래하고 테러리스트들의 이익을 촉진하기 위해 잘 계산된 잘못된 정보들"이라고 비난했다. 터키 부총리는 사진을 올렸다가 미얀마에서 촬영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자진 삭제했다.

수지 여사는 또 "인권, 그리고 민주적인 보호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그 누구보다 우리가 더 잘 안다"며 "이 나라에 있는 모든 주민들이 그들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정치적인 권리뿐 아니라 사회적·인도적으로 보호받을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확실히 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테러리스트들의 이익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인 잘못된 정보가 터무니없이 많이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지 여사가 언급한 테러리스트는 이번 사태를 촉발케 한 로힝야족 반군 무장단체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라카인주에서 지금의 무력충돌이 발생한 것은 열흘 전인 지난달 25일. 로힝야족 반군 무장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군기지와 경찰초소를 급습한 것이 발단이 됐다.

그러나 이번 미얀마 로힝야족 '수난'의 본격적인 시작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힝야족의 주요 근거지인 라카인주에서 당시 로힝야 주민과 미얀마군의 충돌이 잇달았고 군이 로힝야족을 상대로 '인종청소'(ethnic cleansing)를 자행했다는 유엔(UN)의 보고도 나왔었다.

수지 여사는 이번 유혈사태가 시작된 지난달 25일 이후 공식적으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아 비난의 중심에 섰다. '로힝야'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그는 과거에도 미얀마 다수인 불교도 주민들의 지지 확보를 위해 로힝야족을 외면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얀마의 불교도 주민들은 무슬림을 '로힝야'라고 부르는 것은 자신들에게 모욕이라고 주장하며 이들을 '벵갈리'로 낮춰불러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런데 약 열흘만에 내놓은 공식 논평에서도 로힝야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이들의 대규모 피난 행렬을 거론하지 않아 또다시 의문이 제기되는 모양새다.

이에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까지 나서 미얀마 정부군에 의한 '인종 청소'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고 나섰다.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미얀마 국경을 넘어 인류의 재앙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서한을 보낸 구테흐스 총장은 이후 이번 사태를 '인종청소'로 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럴 위기에 직면했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로힝야족의 대대적인 탈출 행렬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최소 12만6000명에 달하는 로힝야족 주민이 국경을 넘어 이웃한 방글라데시로 피난한 것으로 집계됐다.


l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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