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최고 장점이 보였던 경기였다. 2경기 연속으로 부진에 빠지지 않았던 류현진은 9월 6일(아래 한국 시각) 있었던 경기에서 두 번 실수는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해냈다.

어깨 수술 이후 처음으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했던 지난 경기에서 4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던 류현진에게 이번 등판은 중요했다.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포스트 시즌 일정을 감안하여 선발 로테이션을 6명에서 5명으로 조정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번 등판 때에는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체이스 필드에서 열렸던 3연전 등판 투수 리치 힐, 류현진, 마에다 겐타가 모두 부진했다. 그나마 류현진이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지만 디백스의 폭풍 같은 12연승 행진을 막지 못하면서 다저스 선발투수들이 한 번 씩 털렸다.

꼭 디백스와의 경기가 아니더라도 최근 다저스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복귀전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30팀 중 가장 먼저 90승을 넘겼지만, 그 이후 승리 소식이 거의 없을 정도로 고비를 맞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류현진은 디백스의 에이스 잭 그레인키를 상대한 경기에서 6이닝 3피안타 5볼넷 7탈삼진 1실점의 퀄리티 스타트를 성공했다(100구). 볼넷이 다소 많기는 했지만 위기 상황에서 1실점으로 최소화하며 극복한 것이 이 날 호투의 비결이었다. 1-1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서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두 번 실수는 안 하는 류현진, 가장 큰 장점

류현진은 다저스에 입단한 이후 2경기 연속 크게 부진했던 적이 없었다. 선수가 한 번 슬럼프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이 보통인데, 류현진은 한 차례 부진하면 그 다음 등판에서 문제점 하나는 개선해서 호투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줬다. 2경기 연속 실점이 많은 경우는 있었으나 그 때에도 더 많은 이닝을 던지거나 승리투수가 되는 등 개선 요소는 분명히 있었다.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는다는 것이 류현진의 가장 큰 장점이었고, 이 덕분에 류현진은 이전에도 다저스의 연패를 끊는 역할을 많이 해냈다. 다저스에서의 첫 시즌이었던 2013년에도 포스트 시즌 첫 등판에서는 다소 부진했지만, 그 이후 큰 경기에 강했던 류현진으로 다시 돌아와서 호투한 것도 이러한 점에서 나왔다.

이 날 경기만 봐도 류현진은 경기 초반에 투구수가 다소 많았다. 1회와 2회에도 볼넷이 1개 씩 포함되어 있었는데, 경기 초반에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 판정이 다소 석연찮았기 때문에 류현진이 고전했던 점도 있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3회에 삼진 3개로 삼자범퇴 처리하면서 투구수를 대폭 줄였다(3회 12구). 이후 4회에 위기 상황을 한 차례 맞이하면서 타자 7명을 상대하느라(자동 고의4구 포함) 투구수가 다시 늘었던 점을 제외하면 다른 이닝에서는 모두 3~4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등 적절한 이닝을 소화했다.

다저스 불펜진에 숨통 트게 해 준 류현진의 호투

최근 다저스는 연패 과정에서 모두 선발투수들이 조기 강판되는 바람에 불펜의 과부하가 많았다. 다저스 불펜은 과부하의 후유증으로 인하여 6일 경기에서는 경기 후반 불펜이 대량 실점하면서 자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저스가 8월 27일부터 9월 1일까지 5연패를 당하는 동안 디백스에게 당한 3전 전패를 보면 3경기 모두 6점 이상 실점했다. 그나마 류현진이 등판했던 8월 31일 경기가 실점이 가장 적었을 정도(6점)로 대패를 당했다.

커쇼가 복귀했던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두었고, 이후 다시 시작된 연패에서 다저스는 또 6실점, 7실점, 6실점, 13실점 패전을 당했다. 타선도 한 풀 꺾인 마당에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무너지니 추격이 안 되어 패전을 막을 수 없었다. 커쇼가 이겼던 것처럼 무실점을 하지 않는 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정도였다.

5일 경기에서는 선발투수 힐이 6이닝 2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부진을 씻어내는 경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 날은 불펜이 이전까지의 과부하로 인하여 후유증이 나타났다. 이후 불펜이 무려 11실점을 하는 바람에 다저스는 추격 의지를 잃고 디백스에게 또 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6일 경기에서 류현진이 6이닝 퀄리티 스타트를 한 덕분에 다저스는 불펜 운영에서 다소 숨통을 트게 됐다. 다저스는 두 번째 투수 로스 스트리플링이 7회부터 등판하여 2이닝을 던진 덕분에 다른 투수들이 조금이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이 날 경기만 해도 다저스는 9회까지 3명(류현진, 스트리플링, 켄리 잰슨)만 활용했기 때문에 연장전 승부로 인한 불펜 과부하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다만 연장에 들어가서 어이 없는 수비 실책이 나오면서 경기를 허무하게 날렸고, 디백스의 12연승을 저지하지 못하고 다저스는 5연패 늪에 빠졌다.

다음 주부터 6명 → 5명, 일단 류현진은 로테이션 잔류 가능성 높아

다저스의 로버츠 감독은 다음 주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기존 6명에서 5명으로 줄일 계획임을 알렸다. 현재 커쇼와 알렉스 우드가 부상자 명단에서 복귀하면서 다시 6명이 되었고, 손가락 물집 후유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있던 브랜든 맥카시도 재활 등판을 소화했다.

다만 맥카시는 그 재활 등판에서 부진하면서 확실한 복귀 시점이 잡히지 않았다. 트레이드 시장에서 영입한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는 이적 후 큰 임팩트를 보여줬다고 하기도 어렵다. 다저스가 연패에 빠져 있는 동안 유일하게 승리했던 커쇼를 빼고 최근 선발진이 한 차례 이상 부진하면서 일단 선발 로테이션 걸러내기 작업은 당장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로테이션을 6명으로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이동일을 포함하여 4일 휴식 후 등판 간격을 위해 선발투수 4명을 운영해야 한다. 다만 남은 정규 시즌에서 5명의 로테이션을 운영하는 이유는 선발 등판시 4일 휴식 간격을 지켜주기 위해서다.

일단 6명에서 5명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류현진이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질 가능성은 적다. 류현진이 후반기에 1경기(4이닝 6실점)를 제외하고 보여줬던 퍼포먼스가 강했기 때문에 건강한 류현진이 정규 시즌에서는 충분히 로테이션 한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로테이션에서 빠지는 선발투수 요원은 일단 다른 경기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하여 포스트 시즌 불펜 활용 가능성을 테스트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여기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투수는 최악의 경우 포스트 시즌 로스터에 포함되지 못할 수도 있다. 기존 선발진에 부상자가 생겨서 명단 교체로 들어오지 않는 한 모습을 보이기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류현진은 6일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디비전 시리즈 상대 가능성이 높은 와일드 카드 1위 팀의 에이스와 맞대결을 벌인 경기에서 밀리지 않는 투구를 보여줬기 때문에 다른 투수들보다 더 신뢰를 회복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다저스의 남은 정규 시즌 일정을 감안하면 류현진은 정규 시즌에서 많으면 4번 정도의 선발 등판을 남겨두고 있다. 류현진이 남은 정규 시즌에서 꾸준히 선발로 등판하여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깨 수술 이후 성공적인 복귀 시즌을 보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꼭 포스트 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간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류현진의 향후 커리어를 생각했을 때 남은 일정에 꾸준히 등판하는 것이 중요하다. 류현진이 복귀 첫 시즌을 보기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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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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