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나는 80만명의 '아메리칸드림'..한인사회도 '초비상'

2017. 9. 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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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청년 최대 1만명 추방공포
신규 노동허가신청·발부 중단
오바마 “잔인하다” 강력 비판
CNN머니 “美 경제에 큰 타격”
의원 상당수 반대 입법 불투명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을 안고 미국으로 향한 80만명의 ‘드리머(Dreamer)’들이 미국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불법체류 청년의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프로그램의 폐지를 공식 선언했다. 한인청년 7000~1만명도 추방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추산돼 한인 사회도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미국 주요 기업들과 상당수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의회에서 어떤 결론이 날지는 미지수다.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다카 프로그램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프로그램 폐지에 따른 혼선을 막고 의회가 후속 입법조치를 할 수 있도록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에 “이제 일할 준비를 하라”며 다카 폐지 법안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현재는 대부분 성인이 된 아이들이 부모의 행동 때문에 처벌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미국은 법치 국가이기 때문에 기회의 국가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 프로그램은 “사면 우선 접근법”이라며 “신뢰할 수 있는 이민법 집행을 통해서만 모든 미국인을 위한 안전한 사회, 탄탄한 중산층, 경제적 공정성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법 이민자들에게 공평한 것을 묻기 전에 미국인 가정, 학생, 납세자, 구직자에게 공평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결정에 따라 국토안보부는 즉각 다카 폐지 절차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신규 노동허가증 신청 및 발부는 중단된다. 다만 유예기간 동안 현재 수혜 청년들에 대한 갱신은 이뤄진다. 불법체류 청년들이 걱정 없이 학교와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 프로그램은 2012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도입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한이 닥칠 때마다 행정명령을 갱신해줬고, 청년들은 갱신이 가능한 2년짜리 노동허가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미 이민귀화국(USCIS) 자료에 따르면 다카 프로그램의 수혜 청년은 80만명에 달한다. 국적별로는 멕시코가 80%로 가장 많고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페루가 뒤를 잇는다.

한국은 여섯 번째로, 아시아계 중 가장 많다. 전체 수혜자 중 1.1% 정도의 비중을 차지해 약 7000~8000명으로 추산된다. 한인 사회에서는 최대 1만명이 추방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다카 폐지에 대해 “잔인하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들 젊은 사람들을 겨냥하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어떤 잘못도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카 폐지는 “자기 패배적인 결정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우리의 연구실에서 일하고, 우리의 군대에서 복무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나라를 위해 헌신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오늘 취해진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법적 요건을 갖춘 게 아니다. 정치적 결정이며 도덕적 질문을 제기하게 한다”면서 “의회는 도덕적 시급성을 갖고 다카 프로그램 수혜자들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리콘밸리의 CEO들도 다카 폐지에 반대 입장을 표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다카 폐기 결정은 단지 잘못된 결정만이 아니다”라며 “젊은이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제공하고, 그들이 어두운 그림자 생활에서 벗어나도록 독려하며, 정부를 신뢰하도록 하려는 노력을 잔인하게 짓밟고 끝내는 그들을 처벌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팀 쿡 애플 CEO도 “애플은 의회 지도자들과 ‘꿈꾸는 사람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의회 논의 과정에서 이를 무효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CNN머니는 다카 폐지가 “미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노동자 유출, 세수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뜻대로 의회가 다카 폐지에 동의하고 대체 법안을 마련할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민주당 의원 전원이 다카 유지를 주장하고 있으며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 등 상당수의 공화당 의원들도 같은 입장을 보여 진통이 예상된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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