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머니투데이DB |
통상 재판부가 사건 배당을 받은 뒤 검찰 및 피고인 측의 항소이유서를 살피고 쟁점이나 사건기록, 1심 판결문 검토를 거쳐 첫 공판기일을 잡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빠르면 이달 중 첫 기일이 잡힐 것으로 예상한다.
◇10월 朴-崔 1심 결과가 최대 변수…정치재판 우려도=이 부회장 등에 대한 1심 재판에서 60명에 달하는 증인 신문과 수 만장 분량의 서증조사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2심 재판에는 영향을 받을 만한 복잡한 변수들이 여전히 산재한다는 지적이 재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가장 큰 변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1심 판결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최대 구속 기한(6개월)이 끝나기 전인 10월 중순쯤에는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특검 측이 뇌물공여자로 이 부회장 등을, 뇌물수수자로 박 전 대통령 측을 지목한 이상 양 재판 결과는 상호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장외 여론전이 1심 때보다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올 연말로 갈수록 서울시장 선거 등 내년 6월에 있을 '2018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각 정치권에서 이 부회장의 재판 경과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며 정치 혹은 여론재판으로 끌고 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前) 정부에서 작성된 청와대 문건이 속속 발견되고 있는 것도 무시 못할 변수다. 실제 지난 7월 발견된 청와대 캐비닛 문건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현안 중 하나가 경영권 승계였음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뒷받침하는데 쓰였다.
이런 상황에서 법리에 기초를 둔 흔들림 없는 심리가 중요하겠지만 재판부에 대한 압박 역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을 맡았던 대부분의 재판부는 '수난사'를 겪었다.
1차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인터넷상에서 각종 유언비어에 시달렸고 1심 재판부는 두번이나 바뀌었다. 최근 1심 판결을 내린 재판부에 대해서도 한쪽에서는 형량이 낮다는 이유로, 또 다른 한 쪽에서는 무리한 중형선고라는 질타가 가해졌다.
◇'朴·崔' 공모관계 및 '묵시적 청탁' 난제 어떻게 풀까=1심 판결이 내려진 이후 재계에서 논란이 됐던 것은 판결문에 적시된 '묵시적 청탁'에 대한 부분이다.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등 삼성 개별 현안에 대해 '명시적 청탁'을 했다고 볼 증거는 없다고 보면서도 포괄적 '경영권 승계'는 존재했으며 이에 대한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다.
재계에서는 '묵시적 청탁'이란 결국 사후에 일어나는 일련의 현안들에 비춰 뇌물로 꿰맞춰 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의문을 표했다. 특히 정부와 기업 관계에 있어 후진적 관행에 의해 수동적으로 대통령이 요구한 지원에 응한 정황이 세심하게 살펴지지 않고 중형이 선고된 데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서울 소재 한 로스쿨 교수는 "뇌물수수 당사자 중 어느 한쪽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재판부가 '묵시적 청탁'을 판시한 것이 전혀 납득하지 못할 부분은 아니다"라면서도 "이 경우 재계의 지적처럼 사후에 꿰 맞춰지는 부당함을 방지하고자 간접증거들 및 인과관계를 더 면밀하게 따지게 된다"고 말했다.
법조계가 주목하는 2심에서의 쟁점은 오히려 승마지원에 대해 단순뇌물죄가 적용된 부분이다. 그동안 변호인단은 단순뇌물죄가 적용되려면 비공무원인 최씨에게만 이익이 전부 귀속됐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 공동체임이 입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해 뇌물을 수수한 '공모공동정범'에 해당돼 경제적공동체일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다만 이같은 주장이 뒷받침되려면 공모사실이 특정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비공무원에 이익이 귀속되는 경우를 처벌하기 위해 있는 것이 제3자 뇌물공여죄'"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마지원에서 굳이 단순뇌물죄를 적용했다면 뇌물수수자 간 공모한 사실이 좀더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