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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스타, 결국 박삼구 백기사?…금호타이어 인수 유리한 국면


입력 2017.09.05 19:27 수정 2017.09.05 19:37        박영국 기자

박 회장 금호산업 인수 당시 호반건설 역할과 오버랩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금호아시아나그룹


박 회장 금호산업 인수 당시 호반건설 역할과 오버랩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이 1년여 만에 전면 중단됐다.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중국 더블스타는 결국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데 유리한 국면만 마련해 주고 물러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5일 열린 주주협의회에서 더블스타의 가격 인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사실상 매각 협상 중단을 결정했다. 채권단은 가격인하 거부안을 주주협의회에 부의하기로 했으며, 오는 8일 서면 결의를 거치면 협상 중단이 최종 결정된다.

매각가로 9550억원을 제시한 더블스타는 최근 금호타이어의 실적악화 등을 이유로 가격을 8000억원으로 낮춰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주 산업은행이 중국을 방문, 협상을 진행했지만 더블스타가 800억원을 추가 인하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더블스타가 태도를 바꿔 재협상 의지를 나타내면 협상이 재개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매각은 최종적으로 무산된다. 거래 마감 기간이 오는 23일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 빠지게 된다면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박삼구 회장에게 ‘백기사’ 역할을 해준 셈이 된다.

일단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됐을 뿐 아니라 그동안 인수 절차를 놓고 채권단, 더블스타, 박 회장간 줄다리기 과정에서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졌다.

이는 지난 2015년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할 당시 호반건설의 역할과도 오버랩된다. 당시 금호산업 입찰에 단독 응찰했으나 당시 1조원 내외였던 예상가격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6007억원의 인수 가격을 제시하며 채권단의 입찰 의지를 무너뜨렸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수의계약을 통해 예상가격보다 낮은 7228억원에 금호산업과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을 되찾았고, 호반건설은 박 회장의 ‘백기사’로 불렸었다.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 역시 상황이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다. 매각이 무산되고 재매각에 돌입하면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 행사시 기준이 됐던 9550억원의 가격은 의미가 없어진다. 이미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의 실적악화 등을 이유로 가격을 낮춰줄 것을 요구한 터라 그 이상의 매각가를 기대하긴 힘들다.

또한 금호산업이 보유한 상표권 문제가 제3자매각의 걸림돌로 대두됐고,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방상기업의 해외매각과 국내 기술의 해외유출 등의 문제가 잇달아 제기됐다. 해외 매각을 반대하는 금호타이어 조직 내부의 반발도 이어졌다. 이런 문제점들이 드러난 상황에서 새로운 원매자가 쉽게 나타나긴 힘들어 보인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4일 자동차업계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회장이 컨소시엄을 형성하면 좋을 것 같다. 금호타이어 매각은 지역 경제와 글로벌 경쟁력, 핵심기술의 유출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방산 물품에 대한 조달 차질 문제도 검토할 문제”라는 발언으로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 당위성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금호타이어 매각과정의 절차적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서 특정 인수주체에 대한 선호를 밝힌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금호타이어 매각 승인권을 가진 산업부 장관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금호산업 인수전 당시에도 호반건설은 박삼구 회장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주면서 스스로도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다” 면서 “더블스타 역시 중국 브랜드가 글로벌 상위 기업인 금호타이어 인수전과 관련해 계속해서 언급되면서 엄청난 브랜드가치 상승 효과를 누렸을 것이고, 애초에 그게 목적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물론 더블스타가 발을 뺀다고 해서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가 기정사실화 되는 것은 아니다. 채권단은 이날 박 회장 등 금호타이어 경영진의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후속 조치에도 나서기로 했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에 오는 12일까지 경영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자구계획을 제출토록 할 예정이다. 자구안에는 유동성 문제 해결, 중국사업 정상화, 국내 신규투자와 원가절감 제고 방안 등을 담아야 한다.

금호타이어가 자구안을 내지 않거나, 주주협의회에서 자구계획이 부결될 경우 박 회장 등 금호타이어 경영진에 대한 즉각적인 해임 결의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금호아시아나측도 아직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아직 채권단으로부터 통보를 받지는 못했지만 자구안 제출 등의 요구가 있을 것으로 들었다”면서 “지금으로서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채권단에서 요청이 오면 일정에 맞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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