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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즐거운 사라` 소설가 마광수씨 별세

김슬기,양연호 기자
김슬기,양연호 기자
입력 : 
2017-09-05 18:00:27
수정 : 
2017-09-05 20: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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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서 숨진채 발견…자살 추정
작년 퇴직 후 우울증약 복용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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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마광수 전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가 5일 서울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66세.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51분께 마 전 교수가 아파트 베란다 방범창에 스카프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이복누나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시신 발견 당시 상황과 외부 침입 흔적이 없어 자살로 사인을 추정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마 전 교수는 연세대 퇴직 후 지속적으로 병원을 드나들며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해왔다. 경찰은 마 전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형적인 목맴에 의한 자살로 확인되는 등 사인이 확실해 유족이 타살 의심을 제기하지 않는 한 부검을 의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택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시신을 발견한 가족에게 재산을 남기겠다는 내용만 담겨 있었다. 유언장 맨 밑에는 작성일자로 추정되는 '2016. 9. 3.'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3년 전 어머니를 여읜 마 전 교수의 남은 가족은 같은 아파트 다른 층에 살고 있는 이복누나와 이복누나의 딸뿐이다.

교수이자 소설가, 시인으로 왕성하게 활동해 온 고인은 한국의 성적 엄숙주의와 치열하게 싸워온 작가였다. 군사정권에서 소설 '즐거운 사라'가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구속되고 대학교수직에서 면직됐다가 뒤에 복권되는 등 '외설 논란'에 휘말려 큰 고충을 겪었다.

마 전 교수는 1951년 서울 출생으로 연세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연세대 국문과 교수를 지냈다. 1977년 그는 연세대 국문과 교수인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배꼽에' 등 6편의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광마집'(1980년) '가자, 장미여관으로'(1989년) 등과 소설집 '광마일기'(1980년) '즐거운 사라'(1992년) 등이 있으며 평론집으로는 '윤동주 연구'(1984년) '마광수 평론집'(1989년) 등이 있다. 올해 1월 마지막 작품으로 '시선'을 묶어내기도 했다. 1998년 마 전 교수는 김대중정부에 의해 사면 복권됐지만 '즐거운 사라'는 지금도 출판 금지 상태다. 그는 2016년 1학기를 마지막으로 연세대 교수에서 정년퇴임했다.

마 전 교수의 시신은 자택 인근인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빈소 역시 해당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김슬기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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