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미사일지침 탄두 중량 제한 해제 합의
[경향신문] 한·미 양국 정상은 5일 한국이 개발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강화에 대해 한국의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다. 이로써 1979년 이후 유지되어온 한·미 미사일지침이 사실상 폐기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밤 통화를 갖고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미 미사일지침상 한국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고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밝혔다.
한국은 지난 2012년 미국과의 미사일지침 개정에 따라 최대 사거리 800㎞에 최대 탄두 중량 500㎏을 유지해왔다.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은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여서 탄두 중량의 제한을 없앤다는 것은 사거리의 제한까지 없어진다는 의미여서 이제 미사일지침은 사실상 무의미하게 됐다.
미국이 미사일지침 개정에 흔쾌히 동의해준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그만큼 심각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미사일지침 개정은 공짜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부품, 기술 등을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값비싼 청구서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북한의 거듭되는 핵 및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임시 배치를 한국의 국내 절차에 따라 최대한 신속하게 완료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했다.
두 정상은 북한의 이번 핵실험이 한·미 양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강력히 규탄했다. 또 “지금은 북한에 대해 최고도로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그 일환으로 우선 보다 더 강력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핵실험이 과거보다 몇배 더 강력한 위력을 보였다는 점, 북한 스스로가 ICBM 장착용 수소탄 실험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이제는 차원이 다른, 그리고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제적인 대응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전적으로 공감을 표하며 미국의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했다. 두 정상은 오는 19일 뉴욕에서 개막하는 유엔 총회 때 만나기로 합의했다.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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