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PB' 도전하는 대형 유통사들..의류업계 공룡될까

손현진 기자 2017. 9. 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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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손현진 기자]
신세계백화점의 란제리 브랜드 '언컷' 이미지. ⓒ신세계백화점

백화점과 마트, 홈쇼핑 등 대형 유통사들이 의류·잡화·화장품 등으로 자체 브랜드(PB)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브랜드 로열티를 줄인 대신 품질을 강화한 '가성비 갑' PB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24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 패션 편집숍 '엘라코닉'에서 백화점 업계 최초로 자체 제작한 란제리 브랜드 '언컷'을 선보였다. 신세계가 브랜딩·디자인·생산까지 모두 맡아 진행하고, 언컷 개발을 위해 란제리 전문 디자이너를 포함한 10여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언컷은 기능성 원사와 레이스, 순면 등 고급 원단을 사용했음에도 브라는 3~5만원대, 팬티는 1~2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고 있다. 디자인 역시 젊은 층을 겨냥한 화려한 디자인과 중·장년층이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이원화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언컷은 신세계백화점의 캐시미어 브랜드 '델라 라나'와 다이아몬드 '아디르'에 이은 세 번째 PB다.

손문국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장은 "백화점, 쇼핑몰, 아웃렛 등 국내 많은 유통시설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상품 차별화를 위해 델라라나, 아디르에 이어 직접 제작한 란제리 중심의 매장인 엘라코닉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7일 새로운 통합 PB '엘리든'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에서 운영하는 PB 편집매장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동안 고객들은 이를 각각의 브랜드로 알뿐 롯데에서 직매입해 운영하는 브랜드라는 인식은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롯데백화점의 직매입 PB 편집매장은 엘리든(여성 수입의류), 바이에토르(여성 컨템포러리 의류), 비트윈(영 컨템포러리), 아카이브(남성 의류), 르 보헴(리빙) 등 5가지다.

이번 브랜드 통합 작업에 따라 이들은 각각 ▲엘리든 ▲엘리든 스튜디오(바이에토르) ▲엘리든 플레이(비트윈) ▲엘리든 맨(아카이브) ▲엘리든 홈(르 보헴)으로 거듭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31일 서울 잠실점에 '엘리든 홈', 부산본점에 '엘리든 플레이' 2개 브랜드를 오픈한 데 이어 엘리든 브랜드 매장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패션뿐 아니라 잡화 부문에서도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만든 선글라스 브랜드 '오이일'을 출시했다.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과 잠실점에서 30여 가지 제품을 우선 판매한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동방신기', '샤이니' 등 아이돌 그룹을 상징하는 디자인을 반영한 제품도 있다. 이는 직매입 브랜드는 아니지만 롯데백화점이 매장 개발과 운영·판매를 맡는다.

이마트 PB '데이즈' 모델 이서진. ⓒ이마트

대형마트와 홈쇼핑 업체들의 PB 제품군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마트는 앞서 각각 다른 이름으로 판매되던 이마트 의류 PB를 통합한 브랜드 '데이즈'를 내세우고 있고, 홈플러스는 기존 패션 PB '플로렌스&프레드'의 브랜드명을 2015년 'F2F'로 바꾼 뒤 패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CJ오쇼핑은 2001년 국내 홈쇼핑 최초의 PB인 언더웨어 전문 '피델리아'를 출시했다. 2008년에는 화장품 '셉'을, 2013년에는 테이블웨어 '오덴세' 등 PB를 잇따라 내놨다.

GS샵은 2012년부터 천연 울 브랜드인 '쏘울'을 통해 울과 캐시미어 등 고급 소재를 사용한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다양한 프리미엄 소재 의류에 대한 호응이 높은 덕에 '쏘울'의 론칭 이후 누적 주문도 2700억원을 넘어섰다.

롯데홈쇼핑이 개발과 생산 등 전 과정에 참여한 패션 브랜드 LBL(Life Better Life) 역시 지난해 9월 론칭해 현재까지 85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유통업계의 PB 산업 확대는 기존 패션업계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패션 시장이 침체한데다 유니클로 같은 SPA(제조·유통일괄) 브랜드들이 선전하는 상황에서 경쟁 상대만 더 늘어난 형국이기 때문이다.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인지도 낮은 패션 브랜드들을 대형 유통업체의 PB로 묶으면 그 자체로 고객 유인 효과가 올라갈 수 있고, 통합 PB에 하나의 혁신적인 콘셉트를 부여해 마케팅 효과를 거두는 것도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패션 시장 전체로 보면 경쟁력 있는 플레이어가 점차 많아지는 것이니까 결국 이윤 나누기도 심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패션업계에서 실적 내기가 어렵다는 말이 계속 나오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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