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되어서도 부모와의 대화를 즐기는 아이를 만들려면?

글 김수림 2017. 9. 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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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부모일까?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물어봤을 것이다. 부모가 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한다. 웃기도 하지만 울기도 한다.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 알지 못하여 방향을 잡기도 쉽지가 않다. 뭐든지 아이에게 다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지만 뜻대로 되지가 않는 현실 속에서 좌절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아이를 정말 사랑하지만 어떻게 사랑을 표현해야하는지, 어떻게 대화를 나누어야하는지 서툴다. 지시하고 알려주며, 스케줄을 확인하는 일상이 반복되지만, 알려주어도 엇나가는 아이의 행동을 볼 때면 내가 제대로 우리 아이를 키우고 있는 건지 의심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부모의 양육 태도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지만 현실에 부딪혀보면 한숨만 나오기 일쑤이다.

나 또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어떤 부모가 될 것인가?”를 자문해 본 적이 있다. “아이와 감정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부모, 아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는 부모”가 되고자 노력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좋은 부모의 역할을 완벽하게 숙지한 사람은 없다. 아이의 정서 발달에 풍부한 밑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시행착오를 겪어나가듯 부모도 경험을 통해서 배워나가는 것이다. 우리 아이에게 나 자신이 거센 비바람이 부는 세상 속에서 기대어 쉴 수 있는 버팀목이 되고, 때로는 지친 에너지는 충전하는 충전소가 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와 아이들 사이에는 끊임없는 대화가 필요하다. 나는 그저 우리 아이를 평가와 판단 속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시선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겸손함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함을 육아 과정에서 깨달았다.

중고등학교 친구들이 사춘기를 지내면서 우리 센터에 방문하기도 한다. 엄마와 자녀들은 갈등이 극에 달하고, 아이들은 방문을 닫으면서 대화가 단절되기도 한다.

“대화를 하려고 하더라도 원하지를 않아요” “내 말을 잘 듣던 착한 아이였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말 끝마다 짜증을 내요”

이제 부모와 아이의 우위가 완전히 바뀌었다. 어릴 때 아이들은 부모가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불만을 얘기했지만, 이제는 부모가 다가가도 아이들이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때까지 아이의 외현적인 행동 및 성취에 초점을 맞추고, 감정을 다루어주는 것을 소홀히 했던 결과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바로 아이들은 부모에게 신뢰가 무너지고, 이해받고 수용 받으리라는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갑자기 아이가 바뀐 것일까? 이 문제는 갑자기 시작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꾹꾹 참아오고 눌러왔던 감정들이 드러난 것 뿐이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에게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나누며, 충분한 정서 수용 경험을 가졌던 친구들은 청소년기에도 부모와 감정을 교류하며, 자신의 생각을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아이와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나누며, 신뢰감을 두텁게 유지하려면, 어릴 때부터 아이와 충분히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대화를 나누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의 긍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해야 하는 걸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아이와 대화 과정에서 주체만 바꾸면 된다. “너”가 아니라 바로 대화의 주체가 “내”가 되는 것이다. “말 좀 들어.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니”, “도대체 뭐가 되려고 그래”, “그만해” 라는 말을 해 본 적 있지 않나? 여기에 엄마의 감정을 덧붙여서 말해보자. 그 순간 이 대화는 아이를 존중하는 말로 바뀌고, 누더기 옷을 입은 낮은 수준의 대화에서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고품격의 대화로 변모하게 된다. “계속 물을 엎지르니깐 엄마가 속상해”, “오늘은 엄마가 피곤해서 놀아주기가 힘들어”로 얘기해주는 것이다.

“너 전달법”은 아이에 대한 평가를 포함하지만 “나 전달법”은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만 전달해주는 것이 된다. “나 전달법”을 통해서는 아이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지 않게 된다. “나 전달법”을 통해 긍정적인 대화도 해주자. “엄마가 오늘 00랑 함께 있으니깐 행복해”, “엄마가 오늘 맛있는 걸 같이 먹으니 기뻐”. 오늘 해야 할 일과 지시가 난무하는 감정가 없는 대화가 아니라 서로의 감정을 나누고 교류하는 대화가 많아질 것이다. 나 전달법의 대화 방식을 한다면, 아이가 청소년이 되어도, 심지어 성인이 되어도 부모와 대화하는 시간을 기꺼이 즐겁게 여길 것이고, 행복하게 여길 것이다. 나 전달법과 더불어, 아이의 관심사에 귀기울여 주고, 함께 놀아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사소한 대화의 변화가 우리 아이를 건강하고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워주고, 행복한 부모–자녀 관계를 만들어 줄 것이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에서 읽었던 일화가 떠오른다. 한 사회학과 교수가 볼티모어의 유명한 빈민가에 가서 그곳에 사는 청소년 2백명의 생활환경을 조사하는 과제를 학생들에게 주었다. 그 조사에서 학생들의 평가서 내용은 모두 같았다고 한다. 그곳에 사는 청소년들에게는 아무런 기회가 없기 때문에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25년이 지난 뒤, 다른 사회학과 교수가 그 조사를 접하고, 추적 연구를 해보았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사망을 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간 20명을 제외하고 180명 중 176명이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교수가 놀라서 그 조사를 더 진행하였고, 한 사람씩 만나서 성공 이유를 물어보았다. 대답은 한결 같았다. “여선생님 한 분이 계셨지요” 그 여교사를 찾아가서 어떤 교육법이 있는지 물었더니 미소를 지으면서 답했다고 한다. “그건 정말 간단한 일이었지요. 난 그 아이들을 사랑했답니다” 엄마라는 존재의 대단함은 더 클 것이다. 아이들이 엄마를 만나서, 엄마와 대화하면서 행복해질 수 있게 하자. 엄마가 평가나 비판 없이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고 사랑해주는 것을 경험하게 하자. 아이들에게 사랑어린 대화를 통해 깊은 사랑을 표현해주는 것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지름길일 것이다.

글 김수림 글은 쓴 김수림은 2세 여아, 5세 남아를 키우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및 소아정신과 임상심리전문가 과정을 거쳐 TV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 현재 허 그 맘 심리상담 센터 마포지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동시대 육아맘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어려움을 겪는 엄마들에게 좀 더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육아법을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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